경제·금융

'외제病' 중산층까지 확산

■ 수입품 국내시장 급속잠식 현황·전망高價화장품·의류등 백화점 명품코너 독식 수입 소비재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작년 하반기까지만 해도 경기부진 여파로 소비재 수입 증가세는 미미했다. 하지만 올들어서는 우리 경제가 내수를 중심으로 회복세를 보이자 소비재 수입 규모도 전년에 비해 20% 이상 늘어나고 있다. 올들어 7월까지 소비재 수입 금액은 110억6,400만달러. 매달 16억달러의 소비재가 수입된 셈이다. 특히 중ㆍ상류층의 씀씀이가 갈수록 커지면서 이들을 겨냥한 고가 소비재들이 속속 국내로 상륙해 빠른 속도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옥수수, 미꾸라지 등 저가 농수산물에 이어 자동차, 화장품, 대형TV 등 고급 소비재 분야에서도 수입품이 국산품을 밀어내고 있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미시경제팀장은 "최근 들어 고급 소비재에 대한 수요가 상류층에서 중산층으로까지 확산되는 추세"라며 "이런 현상이 지속되면 국내산업 위축, 국제수지 악화, 과소비 조장 등 여러 부작용을 낳을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 백화점 명품 매장은 수입품이 거의 싹쓸이 지난달 인천공항 면세점에서는 기네스북에 오를만한 진기록이 수립됐다. 인천공항 롯데 면세점에서 샤넬, 랑콤, 에스떼 로더, 시슬리 등 4대 화장품 브랜드가 모두 월 매출 100만달러를 넘겼다. 특히 랑콤은 7월에 이어 2개월 연속 100만달러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 전세계적으로 화장품 단일 매장의 매출은 많아야 30~40만달러가 고작이다. 이에 따라 이들 화장품업체는 신제품이 개발될 때마다 인천공항 매장에 우선적으로 보낼 정도로 한국을 전초기지로 삼고 있다. 면세점 뿐만이 아니다. 백화점 고급의류, 화장품 등 고가 소비재의 경우 수입품은 몫이 좋은 매장을 거의 독점하고 있다. 이에 따라 부지런히 발품을 팔아야 국산 브랜드를 발견할 수 있을 정도다. 화장품의 경우 수입품 판매가 꾸준히 늘어나며 40% 이상의 시장점유율을 확보했다. ▶ 일본제품의 약진 두드러져 일본제품의 수입을 제한하기 위해 운영된 수입선다변화 제도가 지난 2000년 폐지된 후 일본제품 수입은 가전 및 자동차를 중심으로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올들어 8월말까지 승용차 수입금액은 3억800만 달러로 141%나 증가했다. 하지만 렉서스 등 일본차의 수입 증가율은 무려 342%에 달했다. 수입 캠코더시장은 아예 일본제품의 독무대다. 올들어 지난 7월말까지 캠코더 수입 규모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3%나 늘어난 1억3,600만달러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 가운데 일본제품 판매실적은 모두 1억1,900만달러로 전체의 87%를 차지했다. 이밖에 컬러TV 등 다른 가전제품에서도 일본제품은 무서운 기세로 시장을 잠식중이다. 일본제품을 중심으로 수입제품이 늘어나면서 상당수 품목의 경우 시장점유율이 두자릿수 이상으로 올라갔다. 외국산 담배의 점유율은 무려 20% 안팎에 이르고 있고 캠코더는 40%, 컬러TV는 11%에 육박한다. 특히 바닷가재, 모피의류 등 호화사치성 소비재 수입도 크게 늘어 나고 있다. 올들어 지난 8월말까지 모피의류 수입규모는 모두 1,9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0% 가까이 늘어났다. 또 전반적인 과소비 풍조속에 입맛도 고급화되자 바다가재도 지난 8월에만 200만달러 어치나 수입돼 전년 동기보다 4배나 증가했다. ▶ 국산 일류제품육성책 시급 세계무역기구(WTO)체제 아래서는 상품수입을 인위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과거처럼 정부가 세무조사 등을 통해 특정 제품의 수입 및 사용을 억제할 수 없다. 따라서 기업들 스스로 보다 값이 싸고 품질이 좋은 제품을 만드는 길이 가장 확실한 대책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90년대만 해도 일제 코끼리표 밥솥에 대한 수요가 많았다. 하지만 국내 중소기업들이 보다 나은 제품을 만들면서 이제는 일제 밥솥을 찾아보기 어렵다. 임영모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소비재 수입을 인위적으로 제한하기는 불가능한 만큼 기업들 스스로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우수한 제품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문재기자 이병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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