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아프간 공격]개전준비 200억弗 사용…최소 500억弗 사용할듯
현대전은 '돈의 전쟁'이란 말이 있을 정도로 미국의 이번 전쟁에도 천문학적인 자금이 투입될 것으로 전망된다.
군사 전문가들은 이번 전쟁의 기간에 따라 돈의 액수가 달라지겠지만 최첨단 무기가 총 동원됨에 따라 최소 500억 달러(65조원)의 전비가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미국의 상ㆍ하 양원은 400억 달러의 긴급예산 집행을 승인한 상태로 전쟁 개시 준비에만 200억 달러가 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이번 전쟁에 들어갈 돈의 규모를 추정하면서 지난 91년 걸프전 당시의 사례와 비교하고 있다.
쿠웨이트와 이라크에서 전쟁이 치러졌던 걸프전에서는 병력과 무기 수송, 항공모함과 구축함 이동 등 공격현장 접근에만 110억 달러, 미사일을 비롯한 무기 사용과 전투기 ㆍ탱크 등의 손실을 고려한 일일 평균 전쟁 유지비용이 10억 달러 정도 소요됐다.
물론 이번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공격은 걸프전과 상당히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아프간 특유의 산악지형으로 인해 전면전보다는 대규모 공습에 이은 선별적 공격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 때문에 외형상 이번 전쟁은 과거 걸프전에 비해서는 전쟁비용이 적게 들 수도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이번 전쟁을 개시하기 위해 파키스탄 등 아랍권을 다독이는 과정에서 각종 부채 탕감, 경제 원조 등 보이지 않은 비용을 많이 지출했다는 점에서 결코 걸프전보다 비용이 덜 들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군사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특히 이번 전쟁은 장기화될 가능성이 커 그에 따른 비용도 정비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막대한 전쟁비용이 필요한데다 탈레반 정권 전복 이후 아프간 재건을 위한 재정지원 프로그램도 추진되고 있어 미국 혼자서는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따라 이번에도 미국은 우방들에게 손을 벌리는 등 경제적 부담의 분산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 걸프전 당시에는 대규모 공습에다 지상군까지 투입돼 모두 720억 달러의 비용이 사용됐다. 이 720억 달러 가운데 미국이 직접 감당한 금액은 200억 달러 남짓하며, 나머지 500억 달러를 우방이 담당했다.
실제 이라크 침공을 받은 쿠웨이트 및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국가들이 미국의 요구로 300억 달러 이상을 부담했다. 또한 원유 수입의 상당 부분을 중동에 의존하고 있던
일본이 90억 달러, 한국이 5억 달러를 지원하는 등 우방들이 전비의 70% 가량을 충당했다.
이 같은 걸프전의 전례를 감안하면 이번에도 미국은 우방들에게 상당한 규모의 전비 분담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걸프전과 달리 미국의 전비분담 방안이 수월하게 관철되지는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일단 이번 전쟁의 피해 당사자가 미국이어서 미국 스스로 전비의 상당부분을 감당해야 한다. 또 걸프전 당시 거금을 내놓았던 중동 산유국들이 같은 이슬람 국가에 대한 공격 비용을 선뜻 부담하지는 않을 것이란 점도 딜레마다.
여기에 일본, 유럽연합(EU) 등 미국의 전통적인 동맹국들 역시 경기 침체로 운식의 폭이 좁다는 점 역시 전비조달의 어려움을 가중시킬 공산이 크다.
특히 걸프전과는 달리 공동의 이해관계가 부재한 점도 미국에게는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걸프전 때는 안정적인 석유 공급로의 확보라는 공통의 경제적 이해관계가 있었지만 이번 아프간 공격으로 주변국이나 우방들이 얻을 실익은 거의 없어 미국이 손을 내미는데 한계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호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