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쟁과 민생사이

대한상공회의소가 10일 백화점과 할인점ㆍ슈퍼마켓 등 전국 855개 소매유통업체를 대상으로 경기전망을 조사, `2ㆍ4분기 소매유통업 경기전망`을 발표했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2ㆍ4분기 소매유통업 경기전망지수(RBSI)는 116으로 지난 1ㆍ4분기의 89에 비해 크게 호전된 것으로 나타났다. RBSI는 현장 체감 경기를 수치화한 것으로 100을 넘으면 경기가 전 분기보다 호전될 것으로 예상하는 업체가 더 많음을 뜻하고 100을 밑돌면 경기 악화를 예상하는 업체가 많다는 의미다. 업태별로는 통신판매업이 166으로 전망이 가장 밝았고 전자상거래ㆍ슈퍼마켓ㆍ편의점ㆍ방문판매업 등은 경영실적 개선이 전망됐지만 백화점ㆍ할인점은 똑같이 96을 기록, 험난한 앞길을 예고했다. 하지만 이런 와중에도 백화점들은 명품 브랜드 유치에 열을 올리는가 하면 생필품을 한층 고급화한 웰빙 상품은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다. 같은 백화점 안에서도 이 같은 고가상품 매장과 싸구려 이월상품을 쌓아놓고 판매하는 행사매장은 매출 탄력을 유지하고 있는 반면, 중가 브랜드를 판매하는 매장은 한산하기 그지없는 것이 현실이다. 백화점의 이 같은 매장 풍경은 소비의 양극화를 웅변하고 있다. 이런 트렌드는 향후 본격화할 중산층의 몰락을 예고하는 징후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중산층이나 서민들이 즐겨 찾는 할인점과 재래시장의 경기가 바닥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젖먹이들에게 명품 브랜드를 휘감아 키우는 사람들이 늘어가는 와중에 한쪽에서는 카드 빚에 떠밀려 온 가족이 동반 자살했다는 뉴스가 꼬리를 무는 이 나라는 도대체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하지만 이 같은 위기국면을 수습해야 할 정치권은 코앞으로 다가온 총선과 대통령 탄핵 발의, 대선자금 수사 결과 등으로 치고받을 뿐 도무지 민생에는 관심이 없어 보인다. 싸우고 또 싸워도 지치지 않는 정력적인 정치인들이 그 에너지의 몇 분의 일이라도 민생안정을 위해 안배한다면 이 나라에 사는 것이 이토록 피곤하고 짜증나지는 않을 것이라는 공상은 한낱 백일몽일까. 언제쯤 이 지겨운 정쟁이 그치고 경기가 되살아날는지…. 다음달로 다가온 총선이 아득히 멀게만 느껴질 뿐이다. <우현석 기자 <생활산업부> hnskwoo@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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