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로 여는 수요일] 구두의 꿈


구두의 꿈-홍은택 作

소우주 하나 두 팔로 떠받치고


굳은 살 두터운 아스팔트 걷는다

혼자서는 갈 수 없는 먼길을

서툰 걸음 그대와 보폭을 맞추며

걷고 또 걸어 길 위에서 보낸 내 한평생

온몸으로 전해오는 그대 삶의 무게가

콧등이 시큰하도록 기꺼웠었지

하루의 끝에 서도 길은 끝나지 않아

더 가야 할 길이 눈앞에 펄럭이는데


우주를 내려놓고 이제 그만 쉬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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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어깨의 한없는 가벼움에 놀라 깬 새벽

그 허전함에 다시 또 잠들지 못해

흰 날개를 달고 지상을 떠도는

신발장에 갇힌 아틀라스의 꿈


신화의 하늘을 떠받치던 거인족의 아들들이 이리도 가까이에 있었군요. 내가 내 힘으로 걷는 줄 알았더니 날마다 동행하는 호위무사가 있었군요. 뜨거운 아스팔트에 델세라, 차가운 빗물에 젖을세라, 날카로운 사금파리에 벨세라, 두껍고 우묵한 손바닥으로 나라는 우주를 떠받치고 있었군요. 개똥을 밟고, 깡통을 걷어차다 밑 빠지고 끈 끊어지면 내다 버리던 당신도 꿈꾸고 있었군요. 내가 딛는 곳마다 당신의 꿈이 스며있었군요.

/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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