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8월 24일] '포퓰리즘' 빠지지 않으려면

최근 정부의 친서민ㆍ친중소기업 행보와 관련해 포퓰리즘 논란이 거세다. 이를 의식해서인지 이명박 대통령도 지난 12일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서민을 위한다고 포퓰리즘을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포퓰리즘에 대한 명확한 개념이 정립돼 있지 않지만 대체로 대중의 지지를 얻기 위해 행해지는 비합리적이거나 책임성이 결여된 정치행태를 가리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선거를 통해 정치권력을 획득하는 현재의 민주주의 제도하에서는 대부분의 정치행위가 포퓰리즘의 유혹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시장 원리 따른 가치 창출 필요


특히 정치적 어려움에 처하거나 선거를 앞두고 정책입안자는 포퓰리즘의 유혹에 빠지기 쉽다. 게다가 특정 정책을 두고 포퓰리즘이냐 아니냐를 명확히 구분한다는 것도 쉽지 않기 때문에 그 유혹은 더욱 강하다.

경제정책의 경우 포퓰리즘에 빠지지 않으려면 두 가지 측면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첫째는 정책이 시장경제의 원리에 반(反)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시장경제는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데 있어 현재까지 인류가 고안해낸 제도 중 가장 뛰어난 제도이다. 따라서 시장에서 자발적으로 거래된 재화의 양을 강제적으로 재배분한다든가 시장가격을 인위적으로 결정하려는 행위들은 결국 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저해하는 것이다. 시장경제 원리에 반하는 정책은 자원의 비효율적 배분을 낳을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효과도 없다.


시장에서는 항상 수요와 공급이 일치하는 방향으로 거래가 일어나고 그 매개변수가 가격이다. 수요보다 공급이 많으면 가격이 떨어지고 그 반대이면 가격은 상승한다. 가격을 매개로 한 수요와 공급의 일치를 경제학에서는 '시장청산(market clearing)'이라고 하는데 대부분의 재화와 서비스는 이 과정을 통해 생산되고 소비된다. 만약 이 과정에 인위적인 제약을 가할 경우 암시장ㆍ이중가격ㆍ거래축소 등의 부작용이 나타나게 된다. 결국 선한 의도에도 불구하고 나쁜 결과가 초래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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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로는 부가가치를 만들 수 있는 정책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부가가치란 말 그대로 추가적인 가치이며 경제성장은 부가가치의 창출을 통해 이뤄진다. A라는 양을 투입했을 때 A보다 큰 B, 즉 A 플러스 알파가 산출됐을 때 부가가치가 생산됐다고 말할 수 있다. 형평을 위한 정책이라 하더라도 단순히 부의 재분배가 돼서는 좋은 정책이 될 수 없다.

갑(甲)이라는 부문의 자원을 을(乙)이라는 부문에 단순히 재배치하는 것은 제로섬(zero-sum) 정책에 지나지 않는다. 좋은 정책은 플러스섬(plus-sum)을 만들어낸다. 즉 을 부문이 (갑 부문에서 가져온) 투입량을 이용해 보다 많은 생산량, 즉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어야 좋은 정책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반면 대중의 인기를 얻기 위한 포퓰리즘 정책은 플러스섬으로 귀결되지 않는다. 단순한 자원의 재배치, 즉 제로섬 정책은 특별한 고민 없이도 쉽게 만들 수 있다. 하지만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플러스섬 정책에는 많은 노력과 숙고(熟考)가 필요하다. 대신 플러스섬 정책은 사회를 한 단계 높은 차원으로 성장시킨다.

더디지만 바른 길로 가야

국가는 당연히 사회적ㆍ경제적 약자를 도울 의무가 있다. 하지만 도움의 방식에는 고민이 필요하다. 쉽고 빠르게 약자를 도울 수 있는 수단은 다양하고 많다. 하지만 그런 수단들은 대부분 포퓰리즘적 성격을 띤다. 약자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포퓰리즘에 의존할 경우 사회는 발전적 동력을 점차 잃게 된다. 포퓰리즘으로는 경제성장을 이루지 못함은 물론 빈곤으로부터의 탈출도 어렵다. 포퓰리즘의 폐해로 남미의 경우를 많이 언급하는 것은 다 이유가 있다. 쉽고 빠른 길보다는 어렵고 더디지만 바른 길로 가고자 하는 의지는 정책입안자가 반드시 가져야 하는 덕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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