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10월 16일] 고객에 대한 첫 대응

얼마 전 회사 근처의 한 편의점에서 노신사와 편의점 여주인 간의 실랑이를 목격하게 됐다. 진열대에 표시된 상품가격이 실제 판매가격과 다른 것이 실랑이의 발단이었다. 아마도 편의점 직원이 진열대의 가격카드를 실수로 바꿔서 정리한 모양이었다. 가격을 지불하려는 순간 가격의 차이를 알아챈 노신사가 왜 가격이 다르냐고 여주인에게 묻자 여주인은 별일 아닌 듯이 무표정하게 "글쎄요, 잘 모르겠네요" 하고 무성의하게 대꾸했고 여주인의 이러한 답변과 태도에 기분이 상한 노신사가 여주인을 나무라면서 말다툼이 시작됐다. 이후 두 사람은 잠깐 동안 언성을 높이며 서로를 비난했는데 여주인의 남편이 개입하지 않았다면 아마도 일이 더 커졌을 것이다. 여주인의 남편은 편의점 문 밖까지 노신사를 배웅하며 연신 사과하는 모습이었는데 노신사는 여전히 굳은 표정이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이제부터다. 그 노신사는 그날 이후에도 다시 그 편의점을 방문할까?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듯 노신사 역시 가족을 비롯한 주변사람들에게 그날의 불쾌했던 일들을 이야기할 것이다. 그리고 다시는 그 편의점에 가지 않을 것이다. 아니, 그 브랜드의 편의점에는 아예 발걸음을 안 할지도 모른다. 불만고객이 기업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통계적으로 10명의 불만고객이 120명의 주변인에게 해당 기업에 대한 불리한 이야기를 전파한다고 한다. 그런데 더 중요한 것은 그 노신사 같이 현장에서 불만을 토로하는 고객은 전체 불만고객의 5%도 안 되며 침묵하는 불만고객이 절대다수라는 것이다. 또한 이들 불만고객의 대부분은 해당 매장을 두 번 다시 방문하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다. 따라서 업종을 불문하고 소비자를 직접 상대하는 소매기업은 고객 서비스에 특별한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필자가 운영하는 회사도 소매유통기업이기 때문에 늘 고객 서비스에 관심을 갖고 수준을 높이려 애쓰고 있다. 우리 회사의 직접적인 고객불만 접수창구는 인터넷 회사 홈페이지와 고객만족실로의 전화, 이렇게 크게 두 가지인데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매장 서비스에 대한 고객 불만이 하루에도 몇 건씩 접수되곤 한다. 그런데 필자는 이를 검토하면서 불만고객의 발생원인에 대한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발견하게 됐다. 불만 내용과 강도, 발생한 매장과 원인 제공자는 다 달랐지만 모든 사례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된 점은 바로 고객에 대한 판매사원의 '바람직하지 않은 첫 대응'이었다. 앞서 필자가 경험한 편의점 사례도 마찬가지다. 계산대에서 노신사가 편의점 여주인에게 항의했을 때 여주인의 첫 대응이 "고객님, 죄송합니다. 저희의 실수입니다"라는 식의 정중한 사과였다면 전혀 다른 상황이 연출되지 않았을까. 고객에 대한 첫 대응은 고객의 감정과 인식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첫 대응이 잘못되면 앞서 편의점의 사례처럼 고객을 문 밖까지 배웅하며 사과해도 결국 그 고객뿐 아니라 수십명의 잠재고객을 영원히 놓칠 수 있다. 소매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누구보다 '죄송합니다' 라는 말을 잘 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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