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글로벌 인사이드/기고] 中급부상 위기이자 기회

동아시아질서개편 능동 참여를최근 동아시아에서 전개되고 있는 경제질서 변화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중국의 급격한 부상이다. 중국은 70년대 말 이후의 개혁ㆍ개방 성과를 90년대 중반부터 수확하기 시작해 다른 동아시아 국가들이 외환위기로 고통을 겪는 와중에서도 고도의 성장을 달성했다. 이미 90년대 중반 이후부터 중국의 수출 경쟁력은 세계시장에서 다른 아시아 국가들을 압도했지만 지난해에는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함으로써 날개를 달게 됐다. 더욱이 고도성장과 풍부한 내수 잠재력 때문에 다국적 기업들의 중국 진출은 더욱 증가할 것이다. 이와 같은 중국의 부상은 일본의 침체로 인해 고통 받고 있는 동아시아 국가에게는 또 다른 중대한 위협이다. 물론 중국 부상의 긍정적인 효과도 있다. 경기 침체로 일본의 수입 수요가 정체되고, 미국과 유럽의 블록화 진전으로 수출환경이 악화되는 가운데 중국의 수입 수요 확대는 동아시아 국가에게는 가뭄의 단비와 같다. 이미 한국의 대중 수출은 대일 수출을 능가했고, 2010년이 되면 동남아 국가들의 대중 수출도 대일 수출을 상회할 전망이다. 중국의 부상과 높은 수입 흡수력은 필연적으로 동아시아를 중국 중심으로 통합시킬 것이다. 일본은 노령화와 국내 생산비 상승으로 중국에서 수입을 늘리는 한편 대중 투자 역시 늘리지 않을 수 없다. 타이완과 홍콩은 이미 분업체계에서 중국과 분리할 수 없는 상태가 됐다. 외환위기 이전 동남아의 화교 기업들이 중국에 대한 투자를 했지만 이제 국내에서 공급과잉을 해소하고 국제화를 추진하기 위해 중국의 국유 기업들이 동남아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아시아 통합 과정이 반드시 순조롭지는 않을 것이다. 중국이 노동 집약적 경공업에서 첨단산업에 이르기까지 풀세트형 공업화를 지향하고 있으므로 동아시아와 경쟁 및 마찰을 빚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지난해 이후 진행된 일본과 중국, 한국과 중국의 무역 마찰은 그 하나의 예에 불과하다. 실제 향후 수년은 아시아 경제가 협력을 통해 공존하느냐, 아니면 경쟁과 마찰을 통해 파괴적 진로를 택하느냐의 갈림길에 서 있는 기간이 될 것이다. 이러한 구조 변화에서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 우리는 수년 동안 논의되어 온 일본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조차 종결 짓지 못하고 있다. 나아가 중국의 부상에 대해 우왕좌왕하고 있을 뿐이다. 우리가 지속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동아시아 내에서 시장을 찾아내고, 이를 제조업의 구조고도화ㆍ서비스산업의 생산성 향상 등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따라서 현재 전개되는 동아시아 질서변화에 어떠한 형태로든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첫 단계로는 한ㆍ일간의 자유무역협정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양국의 자유무역협정 체결은 단기적으로는 중소기업이나 부품업체들에게 부정적 영향을 미치겠지만 소비자들에게는 이익이 될 것이고, 선진 기업들의 투자유치를 통해 우리나라의 부품과 중간재 산업을 한 단계 도약시킬 수 있다. 향후 중국이 제조업의 대향생산 체제를 갖춰간다면 우리는 일부 조립산업을 제외하고는 궁극적으로 중국과 수직적 분업을 통한 특화를 통해 중국을 활용해야 한다. 이 점에서 부품이나 중간재 산업의 질적 제고는 반드시 필요하다. 또한 중국과 아세안이 자유무역지대를 창설할 예정이고, 일본이 여전히 동남아와 깊은 유대관계를 맺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도 동남아에 대한 협력에 더 많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이를 위해 농산물 문제가 걸림돌이 되지 않을 싱가포르와 자유무역협정 체결을 시도해 볼 필요가 있으며, 동남아 국가에 대한 개발원조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박번순<삼성경제硏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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