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신탁 여신제공 능력 상실올들어 은행 신탁계정에서의 자금이탈이 가속화되면서 사실상 은행신탁은 기업체에 대한 여신제공 능력을 상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결제은행(BIS) 비율 하락을 우려, 은행계정의 적극적인 대출이 어려운 상황이므로 신탁계정이 대출능력을 회복할 수 있도록 규제완화·신상품 개발 등 제도적 뒷받침이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2일 금융계에 따르면 올들어 지난달 말까지 제일은행을 제외한 11개 시중은행 수탁액은 12조4,797억원이 줄었으며 이에 따라 신탁대출 규모 역시 4조6,304억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신탁에서 매입하는 회사채 규모도 감소, 5개월 동안 3,523억원이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기업어음(CP) 규모는 다소 늘어 1,582억원이 증가했다. 기업어음 보유 규모가 늘어난 것은 최근 단위형신탁상품의 만기가 속속 돌아오면서 은행신탁이 장기보유자산을 처분, 단기상품으로 교체해 유동성을 확보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심각한 것은 신탁대출의 감소로 전 은행의 신탁대출 잔액이 5개월 동안 2,000억~3,000억원에서 많게는 1조원 이상 줄어들었다. 은행별로는 하나은행의 대출규모가 마이너스 1조516억원으로 가장 많이 빠졌고 한빛은행 역시 6,627억원이 축소됐다. 국민·주택은행 역시 4,000억~5,000억원 가량 신탁대출이 감소됐다.
은행 신탁담당자들은 『수탁액 감소 추세가 완화되지 않는 상황에서 신탁대출 활성화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털어놨다.
회사채를 통한 자금운용이 차츰 줄고 있는 것도 은행신탁이 기업체에 대한 여신제공 능력을 상실했음을 반증하고 있다. 은행 한 신탁담당자는 『회사채 인수는 자금이 부족한 이유도 있지만 충당금 적립액이 많아지기 때문에 투자적격이라도 BBB급 이하의 회사채 매입을 꺼리고 있기 때문』이라며 『우량기업의 발행도 축소돼 A급 이상의 회사채는 시장에서 인수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전했다.
이에 따라 은행신탁에 시중 자금이 유입, 대출여력을 높여줘야 한다는 게 은행권의 주장이다. 은행 한 신탁사업본부장은 『신뢰도가 회복하기 어려운 상태로 떨어진 투신사에 갖가지 신상품을 허용하더라도 시장 안정에 어느정도 기여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차라리 은행신탁에 제도적 지원을 하는 것이 자금시장을 활성화시키는 데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박태준기자JUNE@SED.CO.KR
입력시간 2000/06/02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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