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사업확장보다 살아남기"…키워드는 긴축·현금확보

기업규모 클수록 긴축보다 현금확보에 더 치중<br>"자금·수출·내수 모두 나아질것 없다" 보수적 전망<br>3곳중 1곳이상 매출목표 줄이거나 현상유지 급급



내년 국내 대기업들은 공격경영보다는 방망이를 최대한 짧게 잡고 긴축경영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경기침체가 본격화되는 상황이어서 살아남는 것이 최대 경영 화두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17일 서울경제신문과 현대경제연구원이 공동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절반이 넘는 기업들이 내년 경영의 키워드로 ‘긴축’과 ‘현금확보’를 꼽았다. 매출과 영업이익 목표를 정하는 데도 보수적으로 접근하겠다는 대답이 주를 이뤘다. ‘내년 경영계획을 수립하는 데 있어 키워드는 무엇인가’를 물은 질문에 전체의 32.5%가 ‘긴축경영’이라고 답해 1위를 차지했다. ‘현금확보’라는 응답도 22.9%에 달했다. 전체 기업 중 절반 이상이 리스크를 지는 사업확장보다는 ‘살아남기’에 주력하고 있는 셈이다. ‘기존 사업 유지’에 힘을 집중하겠다는 소극적인 답변도 10.%나 됐다. 반면 ‘수출확대(12%)’나 ‘외형신장(8.4%)’ ‘시장장악(4.8%)’ ‘신사업 진출(3.6%)’ ‘공격경영(3.6%)’ 등 과감한 성장전략을 전개하겠다는 기업은 소수에 그쳤다. 내년 키워드를 ‘긴축’과 ‘현금확보’로 답한 기업들을 매출규모별로 나눠보면 규모가 작은 기업일수록 ‘긴축’에 무게를 둔 반면 규모가 클수록 ‘현금확보’에 치중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긴축’으로 답한 기업 중 연간 매출액 10조원 이상 기업은 15.4%에 그쳤으나 ‘현금확보’로 답한 경우에서는 매출 10조원 이상 기업이 무려 38.5%로 1위다. 이는 대기업일수록 현금확보에 대한 위기를 크게 인식하고 있다는 뜻이다. 기업들의 보수적인 경영방침은 내년도 매출과 영업이익 목표치 설정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내년 매출 목표를 ‘2008년 수준 유지’로 대답한 기업이 26.8%였고 올해보다 축소하겠다는 응답도 10.9%나 됐다. 기업 3곳 가운데 한곳 이상은 현상유지에 급급하거나 아예 매출축소를 계획하고 있는 것이다. 통상 기업들은 다음해 매출 목표를 당해 연도보다 늘려잡는 점을 감안하면 기업들이 최근의 경제위기를 얼마나 심각하게 받아들이는지 여실히 드러내는 대목이다. 내년 매출 목표를 올해보다 10% 이상 상향 조정하겠다는 기업은 전체의 29.2%에 불과했고 10% 미만선에서 소폭 늘려잡겠다는 답은 32.9%에 그쳤다. 영업이익 목표도 마찬가지. 영업이익 목표를 ‘10% 미만 축소(12.2%)’ ‘10% 이상 축소(11%)’하겠다는 등 하향 목표를 세울 것으로 답한 기업이 전체의 약 4분의1에 달했다. ‘2008년 수준 유지’도 36.6%나 됐다. 기업들이 내년 수익률 관리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 것이다. ‘10% 미만 증가(26.8%)’나 ‘10% 이상 증가(13.4%)’ 등 공격적인 대답은 소수에 불과했다. 기업들이 이처럼 내년도 경영 키워드를 긴축에 두고 실적 목표도 보수적으로 잡는 이유는 자금ㆍ수출ㆍ내수 등 경영의 3요소를 하나같이 어둡게 보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우선 자금사정에 있어서는 ‘내년이 올해와 비슷할 것(54.9%)’이라거나 ‘다소 악화될 것(39%)’이라고 응답한 경우가 대다수인 가운데 ‘크게 나빠질 것 같다’고 답한 경우도 1.2%나 나왔다. ‘호전될 것’이라고 답한 경우는 4.9%뿐이었다. 기업들은 수출과 내수 모두 올해에 비해 내년에 썩 나아질 게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귀사의 수출 전망은 2008년과 비교해 어떤가’를 묻는 질문에 ‘비슷할 것(38.5%)’ ‘다소 악화될 것(28.2%)’ ‘매우 악화될 것(6.4%)’ 등 보수적 또는 비관적으로 본 기업이 다수를 이뤘고 ‘다소 늘어날 것(23.1%)’ ‘대폭 늘어날 것(3.8%)’ 등의 응답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내수 전망은 더욱 비관적이다. ‘내수가 다소 악화될 것(47.6%)’ ‘매우 악화될 것(11.9%)’ 등 비관적 대답이 무려 60%에 달했다. ‘올해와 비슷할 것’으로 답한 기업은 전체의 29.8%를 차지했고 ‘다소 늘어날 것’으로 답한 경우는 10.7%에 불과했다. 국내 메이저급 석유화학기업의 한 고위관계자는 “가동률 축소와 제품 시세 하락이라는 이중고 속에서 과연 누가 매출 확대를 외칠 수 있겠느냐”며 “감산으로 발생하는 ‘규모의 비경제’를 에너지 효율화 등 원가절감 노력으로 커버해보자는 게 유일한 전략”이라고 호소했다. 10대그룹의 한 고위관계자는 “한국도 미국처럼 대출ㆍ신용카드 등 개인 신용 부문에서 경고음이 들리고 있다”면서 “예상외로 큰 소비 침체도 각오하고 경영계획을 손질하는 중”이라고 우려를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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