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선박펀드에 이어 민간 선박펀드들이 잇따라 출시되면서 자금난에 시달리는 해운업계의 숨통이 트일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캠코나 산업은행이 대형 선사의 선박 위주로 매입에 나서는 것과 달리 민간 펀드는 중소형 선사까지 범위를 확대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오고 있다. 26일 해운ㆍ증권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이 최대 4,000억원 규모의 사모형 선박펀드 설립을 목표로 투자자를 모집하고 있으며 현대중공업그룹 계열인 하이자산운용도 선박펀드를 출시하기 위해 다음주 전담팀을 본격 가동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골든브릿지자산운용은 17만1,000DWT(재화중량톤)급 벌크선 1척과 1만5,000DWT급 케미컬탱커 2척에 투자하는 선박펀드를 출시했다. 다른 은행 계열 자산운용사들도 기관투자가들을 대상으로 사모 선박펀드 출시를 준비하고 있으며 대형 연기금 등 상당수 기관투자가들은 선박펀드 투자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설정되거나 준비되고 있는 선박펀드의 경우 만기가 최대 10년으로 다소 길지만 목표수익률이 연 10%대로 높은 편이다. 기관투자가들은 선박 가격이 바닥에 근접했고 글로벌 경기가 회복 기미를 보이고 있어 투자 매력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최근 선박펀드를 출시한 골든브릿지자산운용의 한 관계자는 "최근 선박 가격이 많이 하락했고 발틱건화물운임지수(BDI)가 바닥에서 서서히 회복국면으로 진입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이 같은 기대심리로 금융사들의 대규모 선박펀드 조성이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해운업체들도 민간 선박펀드에 보유하고 있는 선박을 매각해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며 반기고 있다. 한 대형 해운사 관계자는 "캠코나 산업은행 외에 선박 매각처가 다양화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면서 "당장 배를 운항할 연료비도 없어 회사채를 발행하는 현재로서는 민간 선박펀드는 가뭄의 단비와 같다"고 말했다. 한 중소형 선사 관계자는 "선박펀드가 출시됐다고는 해도 실제로 체감하지 못하는 선사들이 대부분"이라면서도 "금융업계에서 선박펀드에 계속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희망적이라고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해운경기 회복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전망이며 환헤지 등의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선박펀드 설정 및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 자산운용사 임원은 "선박펀드는 달러화 기준으로 거래가 이뤄지는 만큼 환헤지를 어떻게 할 것인지가 중요하다"고 지적하고 "해운경기도 아직 방향성을 잡지 못하고 있으며 선박펀드가 투자할 만한 선박 찾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제 해운 분석기관인 AXS알파라이너에 따르면 컨테이너선의 경우 8월 현재 선박 가격이 지난해 말 대비 25% 이상 하락했으며 일감이 없어 운항을 멈추고 바다 위에서 놀고 있는 배(계선)의 선복량도 전세계 컨테이너 선복량의 10.4%인 134만TEU(1TEU=20피트 컨테이너 1개)에 달해 사상 최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배를 놀리느니 해체해 고철 값이라도 벌려는 선사들이 늘면서 올 들어 총 148척, 선복량 27만5,000TEU에 달하는 선박이 해체된 것으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