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러시아경제를 바로알자

오승구 <삼성경제硏수석연구원ㆍ경제학 박사>

옛 소련 붕괴 이후 러시아는 신-구 정치세력간의 갈등에 따른 국정혼란, 극심한 경기침체와 통화불안, 과격한 파업사태, 더 나아가 지난 98년에는 대외채무 불이행 선언 등 과거 강대국의 면모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는 경험을 했다. 천연·인적자원 풍부 잠재력 커 이처럼 몰락을 거듭하던 러시아가 2000년 푸틴 정권 이후 경제가 급속히 회복되고 사회도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다. 러시아는 지난 5년간 연평균 6.5%의 경제성장을 달성했고 고질적인 문제였던 재정수지도 흑자기조를 유지하고 물가 및 환율도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게다가 외환보유고가 급격히 늘어났고 대외채무도 꾸준히 감소했다. 이에 따라 국제 신용평가기관들은 러시아의 국가신용등급을 투자적격으로 상향 조정했다. 물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리더십도 있겠지만 국제유가 상승이 러시아의 경제를 살려낸 핵심요인임은 부인할 수 없다. 푸틴 대통령은 강력한 지도자와 사회안정을 염원하는 국민정서를 정확하게 꿰뚫고 그에 부합하는 정책을 구사해 국민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획득했다. 게다가 푸틴은 G8회의를 유치하는 등 국제사회에서의 위상도 크게 강화했다. 그렇다고 러시아가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성장세를 지속한다는 보장은 없다.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점이 많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과도한 에너지산업 의존도, 거대 국영기업의 독과점 구조, 부정부패 및 관료주의, 운송, 통신, 금융 등 인프라 취약성 등이 지적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러시아는 풍부한 천연자원을 보유한 자원부국이며 동시에 우주항공 분야 등 기초과학기술이 뛰어나고 우수한 인적자원을 보유하고 있는 잠재력이 매우 큰 나라다. 게다가 푸틴 대통령은 강력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제조업 및 서비스산업에 대한 투자확대, 정치ㆍ사회적 안정, 외자유치 등 대외협력 강화,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및 제도정비, IT 중심의 신성장산업 육성 및 지역균형 발전 등을 주요 과제로 채택하고 러시아의 장기발전을 꾀하고 있다. 푸틴은 중앙집권체제를 강화하면서 조세제도개혁, 행정 및 사법개혁 등을 통해 시장개혁 노선을 뒷받침함과 동시에 투명성 강화 및 조세질서 확립을 위해 신흥재벌(Oligarchy)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물론 서방은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에 역행한다는 우려를 표출하고 있지만 러시아 국내에서는 암묵적인 동의를 얻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푸틴 정권은 산업다각화를 위해 제조업, 특히 IT산업을 핵심 성장산업으로 육성한다는 방침 아래 ‘e-Russia’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경제특구 내 IT기업 전용단지(IT Park) 설립을 추진하는 한편 오는 2006년 G8회의에 IT 분야의 12개 글로벌 선도기업들을 초청할 의사를 표명하는 등 외국인투자 유치의지를 강력히 나타내고 있다. 게다가 WTO 가입에도 적극적이다. 농산물과 서비스시장 개방 문제가 타결되면 가입이 성사될 것이다. WTO 가입으로 시장개방이 확대되고 외국인 직접투자가 증대되며 경쟁도 더욱 격화될 것이다. 이로 인해 러시아의 경제체질이 강화되는 것은 물론 대외관계도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판매·에너지 시장으로 활용을 이러한 변화와 함께 우리가 특히 주목해야 할 점은 러시아 정부가 시베리아에는 자원개발을 위한 도로 등 운송 인프라 구축을, 극동지역에는 아태지역 국가들과의 교역 및 투자 활성화를 적극적으로 유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무엇보다도 에너지안보 차원에서 미국은 물론 중국과 일본이 에너지자원 탐사 및 개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는 점을 깊이 인식해야 한다.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해보면 지금이 바로 러시아 시장 진출 적기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우리의 입장에서는 중서부지역은 판매시장으로서, 극동 및 시베리아지역은 에너지자원 공급처로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 물론 해양과학ㆍ우주항공 등 미래전략 분야에서 러시아의 과학인재를 유치하는 것도 좀더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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