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특별인터뷰] 권오형 공인회계사회 회장

"IFRS 도입은 회계신인도 높일 좋은 기회"<br>경영자들 비용 관점서만 접근 상당수 기업 아직도 준비 미흡 제2도약 기회로 활용하지 못해<br>투명성 제고 따른 주가상승 등 비용 상쇄하고 남을만한 투자



"아직도 국제회계기준(IFRS) 도입 준비가 미흡한 것으로 평가되는 상장기업들이 많습니다. 이처럼 준비가 부족한 것은 기업들이 IFRS 도입 문제를 그저 비용의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IFRS 도입은 재무제표 투명성 및 회계신인도 제고를 꾀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권오형(사진ㆍ63)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은 서울경제신문과 가진 특별 인터뷰에서 "내년부터 상장사들이 의무적으로 IFRS를 도입해야 하는 데 상당수 기업들이 IFRS 도입을 제2의 도약기회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아쉽다"면서 "IFRS는 회계투명성 제고에 따른 주가 상승 가능성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비용을 상쇄하고도 남을만한 투자"라고 말했다. 권 회장은 이어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 평가에서 한국의 회계신인도가 1년 사이에 12계단이나 뛰어오를 수 있었던 것도 일부 기업들을 중심으로 IFRS를 적극적으로 도입한 데 따른 것"이라며 "감독기관을 비롯해 회계 유관기관, 기업들이 합심해서 IFRS의 성공적 정착에 노력한다면 한국의 국제 회계신인도가 세계 20위권으로 진입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상장사들의 IFRS 의무도입 시점이 1년도 채 안 남았습니다. 성공적인 IFRS 도입을 위한 필요 조건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가장 큰 문제점은 상장사들이 IFRS 도입을 제2의 도약기회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경영자들이 IFRS 도입을 그저 비용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도입초기에는 회계 시스템 구축 비용 등으로 기업에 부담을 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길게 보면 IFRS 도입을 기업가치 재평가의 기회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결국 경영자의 인식전환이 필요합니다. 한편 정부와 감독기관은 IFRS 도입비용에 대한 세제지원 등을 통해 기업의 부담을 덜어줄 필요가 있습니다. 회계관련기관도 가장 바람직한 벤치마킹 사례를 발굴한 후 적극적으로 전파해야 합니다. -일선 현장의 회계사들은 특히 중소기업의 경우 IFRS 도입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합니다. 회계법인들이 중소기업의 IFRS 도입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은데요…. ▦대기업과는 달리 중소기업 회계담당자들의 경우 교육기회가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IFRS준비에 그만큼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습니다. 공인회계사회는 전국 순회설명회를 진행하는 한편 IFRS 지원센터를 통해 적극적인 교육에 나서고 있습니다. 특히 중소기업 회계담당자에 대한 IFRS 교육을 강화할 예정입니다. 그러나 IFRS 교육은 무엇보다 경영자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일부에서는 IFRS도입은 국내 회계법인에게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국내 회계법인이 해외로 영역을 확장할 수 있다는 뜻인데 가능성을 어느 정도로 보십니까. ▦아시아ㆍ태평양 지역에서 IFRS가 정착단계에 있는 곳은 호주 정도입니다. 호주를 제외하면 경제 규모나 IFRS 도입현황 등을 고려했을 때 한국이 앞서 간다고 할 수 있습니다. 국내 회계법인들은 그 동안 국내 시장에서 IFRS 도입 준비 과정에서 컨설팅을 제공한 경험이 많습니다. 아직 IFRS를 도입하지 않은 국가를 대상으로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봅니다. 다만 언어적 장벽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넘을 수 있느냐가 관건일 것입니다. -회계법인 시장으로 화제를 돌려보겠습니다. 자본과 인력을 갖춘 대형회계법인의 시장점유율이 나날이 높아지면서 양극화 현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앞으로 회계시장이 어떻게 변할 것으로 전망하십니까. ▦이른바 '빅(Big)4 회계법인'들이 회계서비스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여가는 것은 회계산업의 국제화 추세에 발맞춰 대형화ㆍ전문화를 추구한 결과입니다. 현재 글로벌 자본시장은 기업들간의 합종연횡을 바탕으로 갈수록 규모를 키워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회계법인의 대형화ㆍ전문화는 피할 수 없는 추세로 굳어졌습니다. 회계법인들도 이런 경쟁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더욱 우수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합니다. -중소형 회계법인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떤 전략이 필요한지요. ▦공인회계사의 업무영역은 매우 다양합니다. 특히 IFRS가 도입되면 기업회계에 대한 자문용역업무 등에 대한 수요도 늘어나게 될 것입니다. 결국 중소형 회계법인들은 자신들만이 가진 강점을 바탕으로 고유의 업무영역을 개척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다른 전문자격사들과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기업들에게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입니다. 아울러 혁신을 통해 좀 더 효율적인 조직을 구축할 필요도 있습니다. -정부가 중소기업에 대한 외부감사 대상을 축소했습니다. 회계사들의 반발이 적지 않은데요. ▦결론부터 말씀 드리면 외부감사 대상회사 축소는 회계제도 선진화를 위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우리나라의 회계투명성을 약화시키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중소기업에 대한 부담완화를 이유로 외부감사 대상을 축소했지만 이는 잘못된 접근법입니다. 외부감사제도는 규제의 관점이 아닌, 기업의 투명성 제고 차원에서 접근해야 합니다. 기업이 국제적 수준의 회계정보를 생산하고 이해관계자들에게 정확한 회계정보를 준다면 이는 건전한 납세문화 정착, 국제적 회계신인도 제고에 큰 도움을 줄 것입니다. -최근 회계법인이 연루된 300억원대 부정회계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회계사나 회계법인이 신뢰를 쌓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불거지는데요. ▦이번 사건은 회사의 고의적인 회계부정에 대한 감사소홀로 발생한 일입니다. 검찰 발표에 나온 회계사의 뇌물수수 여부는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의 경우 회계사들의 고의성 여부를 놓고 보면 변명의 여지가 많지 않습니다. 공인회계사회는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 및 회계사 연수제도 등을 바탕으로 회계사 윤리의식 고취에 적극 나설 계획입니다. 또한 감독기관과 협의해 외부감사의 신뢰성 제고를 위한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하겠습니다. -일부 코스닥 기업 관계자들이 증시 퇴출을 피하기 위해 회계사를 위협해 감사의견에 영향을 미치려는 사례가 자주 벌어지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를 근절하기 위한 대책은 무엇인지요. ▦자신들이 원하는 감사의견을 이끌어내기 위해 회계사를 위협하는 행위는 최근 들어 더욱 증가하고 있습니다. 매년 1~2건에 불과하던 것이 지난해에는 파악된 것만 7건에 달했습니다. 이런 행위는 자본시장을 혼란에 빠뜨리는 중대한 범죄입니다. 현재 공인회계사회는 금융감독원과 함께 '감사인신고센터'를 개설해 운영 중이며 모든 감사인들에게 불법행위에 대한 증거채집과 보험 가입 시 '경호특약'을 추가하는 등의 조치를 취해 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또한 외감법에 형사처벌 조항을 신설하고 감사인 위협행위를 상장폐지실사 대상선장 사유로 추가하는 방안도 마련하고 있습니다. ◇약력 ▲1946년 충남 부여 ▲1970년 경희대 경영학과 졸업 ▲1992년 경희대 경영학박사 ▲2001년 시민단체(YWCA·기독교교도소·홀리클럽) 감사 ▲2005년 삼덕회계법인 대표, 경희대 경영대학원 겸임교수 ▲2008년 대한상공회의소 감사, 기획재정부 세제발전심의위원회 위원 ▲2008년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 ▲2009년 국세청 국세행정위원회 위원
집안 회계사만 6명…규제개선에 심혈

■ 권오형 회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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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형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은 회계사를 천직(天職)으로 생각한다. 30년간 회계사로서 올곧은 길을 걷다 보니 슬하의 1남1녀도 자연스레 아버지의 대를 잇게 됐다. 귄 회장의 집안에는 회계사들이 많다. 권 회장과 슬하의 1남1녀뿐 아니라 사위ㆍ동서ㆍ조카에 이르기까지 회계사만 6명이다. 그래서 주위에서는 "집안 사람들만 가지고 소규모 회계법인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우스갯소리를 할 정도다. 권 회장은 회계시장 발전에도 남다른 의욕을 갖고 있다. 회계사로 일하는 동시에 회계연수원 교수, 윤리위원, 공인회계사협회 수석부회장 등 다양한 공식활동을 벌여왔다. 권 회장은 ▦회계사에게 세무사 자격부여를 폐지하는 세무사법 개정안 저지 ▦회계법인 징계제척기간 신설 ▦성실납세제도 도입시 조정안 반영 등을 통해 회계시장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권 회장은 회장 취임 이후 무엇보다도 회계업계에 대한 규제가 완화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였다. 회계사에 대한 과잉규제는 독립성을 저해하고 국제적 회계신인도 개선에 걸림돌이 된다는 문제의식을 가졌기 때문이다. 그 결과 ▦감사인 6년 의무교체제도 폐지 ▦감사인의 감사계약 해지권 도입 등이 이뤄졌고 이런 개선 조치는 회계사의 권익향상에도 기여했다. 권 회장은 최근 회계사에 대한 불합리한 규제로 꼽히는 '감사인에 대한 손해배상 연대책임 문제'를 개선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권 회장은 "감사소홀에 따른 제3자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이 발생했을 때 감사인과 피감회사의 이사ㆍ감사 등에게 획일적으로 연대책임을 묻는 현행법은 회계사에게 불평등한 규정"이라며 "이를 각 이해관계자의 귀책비율에 따라 배상책임을 달리하는 방향으로 개선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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