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EU 탄소세, 우리 대응전략 뭔가

유럽연합(EU)이 올해부터 역내에 취항하는 항공기에 탄소세를 부과하려 해 글로벌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미국ㆍ중국ㆍ브라질ㆍ인도 등 29개국은 지난달 22일 모스크바에 모여 EU의 탄소세 부과에 반대하는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그러자 EU가 "다른 나라들이 보복에 나설 경우 즉각 대응하겠다"고 경고하고 나서 일촉즉발의 전선이 형성되고 있다.

항공기 탄소세는 EU의 전략 차원에서 시작에 불과하다. 유럽 지역을 오가는 선박에도 탄소세를 부과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식이면 앞으로 유럽 지역을 굴러다니는 자동차를 비롯한 여러 수출상품들이 대상이 될 수 있다. 글로벌 탄소배출권시장에서 EU가 주도권을 잡겠다는 계산이 여기에 숨어 있다.


EU의 공세가 자칫 글로벌 무역전쟁으로 비화할 것이 걱정이다. 다른 나라들이 가만히 있을 리 없다. 일부 국가에서는 벌써 자국으로 들어오는 EU 항공사 소속 비행기에 보복성 세금을 부과하자는 말이 나오고 있다. EU가 탄소세 부과 대상을 늘리면 늘릴수록 다른 나라들의 대응도 거칠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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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정부의 움직임은 의외로 소극적이다. 정부의 공식적인 입장발표 하나 나온 것이 없다. 모스크바 29개국 공동성명에 우리 정부도 동참했으나 그 사실 자체를 제대로 알리지 않고 있다. 주도국의 우산 아래서 숟가락 하나 얹는 정도로 몸을 사리는 모습이다.

이명박 정부의 슬로건인 녹색성장, 그리고 늘어나는 EU 교역량을 볼 때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탄소세 부과가 확대되고 각국이 무역장벽을 쌓아 세계 교역환경이 악화하면 수출로 먹고 사는 우리나라와 같은 개방경제가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다. 그러니 녹색성장이라는 구호에 스스로 발목이 잡혀 눈치보기로 나갈 일이 아니다. 세계 무역 10대 국가답게 능동적 대응을 모색하는 것이 마땅하다.

명분상으로도 EU의 탄소세 부과는 불합리하다. EU는 국제온실가스협약에 있어 '역사적 책임'을 져야 하는 국가들이다. 자신들은 수백년 전부터 막대한 이산화탄소를 쏟아내면서 경제발전을 해 선진국이 됐다. 그래 놓고 이제 와서 자기 역내를 드나드는 한국ㆍ중국ㆍ인도 등 역사적 책임이 작은 국가에 탄소세를 내라는 것은 스스로의 책임을 망각한 일방적 처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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