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4일 열린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 선출한 새 지도부는 '계파갈등과 떨어진 인기를 수습하라'는 지상과제를 떠안고 출범했다.
이날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전당대회는 지난 4ㆍ27 재보선 패배로 지도부가 사퇴한 후 비어 있는 대표최고위원과 최고위원 4명을 뽑기 위한 것이다. 4선의 홍준표ㆍ남경필, 3선의 권영세ㆍ박진ㆍ원희룡, 재선의 나경원ㆍ유승민 의원 등 역대 가장 젊은 후보들의 도전이었다. 이날 현장에서 5,271명의 대의원이 투표에 참여했고 여기에 3일 전국 20만여명의 선거인단 중 5만2,809명이 참여한 투표 결과와 일반인 3,000명의 여론조사 결과를 합산해 당선자를 냈다. 이명박 대통령은 영상 메시지를 통해 "새 당지도부를 중심으로 하나가 되면 큰 꿈을 이룰 수 있을 것" 이라고 말했고 박근혜 전 당 대표를 비롯해 김문수 경기도지사, 이재오 특임장관, 김효재 청와대 정무수석 등이 참석했다.
◇홍이냐 원이냐 막판까지 혼전=전당대회 유세 내내 상위를 유지했던 홍 의원과 막판까지 치고 올라온 원 의원 측은 혼전 양상을 나타냈다. 3일 전국 선거인단 투표율이 25.9%에 불과한 점과 전당대회장에 온 5,271명의 표심을 파악하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었다. 전국 선거인단 투표에서는 원 의원의 지역구가 속한 서울지역 투표율이 낮았지만 절대적인 숫자는 가장 많았고 홍 의원의 고향인 대구 경북의 투표율이 타 지역의 두 배 이상 높았다. 원 의원 측은 1만명에 달하는 청년 선거인단에서의 우위를, 홍 의원 측은 대구경북은 물론 이 장관 측이 지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양쪽 모두 3%포인트의 박빙 승리를 예상했다.
이날 정견발표에서 홍 의원은 "당 대표가 되면 서민정책을 하겠다" 고 말했고 원 의원은 "40대 당 대표 외에 한나라당의 승부수가 있냐"며 표심을 유혹했다.
그 밖에 3위권을 놓고 다투는 나 의원은 "과감하지만 정직한 개혁으로 실패를 극복한 성공한 정권을 만들겠다"고 했으며 유 의원은 "박근혜를 지켜 정권 재창출을 이루겠다"고 강조했다. "남경필이 되면 중산층이 살아난다(남경필)" "한나라당이 짝퉁 민주당이 돼서야 되겠나(박진)" "천막정신으로 한나라당을 바꾸자(권영세)"는 등 나머지 후보들도 막판까지 한표를 호소했다.
◇새 지도부 '좌클릭'할까=새 지도부의 과제는 내년 총선ㆍ대선 승리다. 이동관 청와대 언론특보는 이날 새 지도부에 "내년 선거는 박빙이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한나라당 대선후보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특단의 노력을 계속 기울여나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를 위해 '좌클릭' 행보를 보이고 있는 후보들이 실제로 어떻게 정책을 현실화할지 주목된다. 전반적인 민심잡기를 위해서는 복지나 분배가 환영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재선인 유기준 의원은 "경제지표가 좋은 와중에 소외된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사회복지나 분배 쪽을 신경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청와대와 정부ㆍ경제계에서는 정치적 구호라며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한나라당 새 지도부가 당청과의 이견을 좁히지 못한다면 여권의 정책은 갈팡질팡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전 국회의장인 5선의 김형오 의원은 "당이 국정 책임의 중심에 서 있지 못한다"면서 "새 지도부가 의원들의 중지를 모아가며 논의하고 자극적인 언행은 삼가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극에 달한 계파 간 갈등치유도 과제다. 총선 공천 과정에서 더욱 예민해질 친이ㆍ친박 간 경쟁에서 중심을 잡아야 한다는 주문이다. 그 밖에 당원관리 부재와 당내 민주화에 대한 목소리를 수렴하는 과제도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