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 홀로 위대해진 사람은 없다… 옆에 있는 이가 당신의 미래

■ 더 후(The Who) (조슈아 울프 솅크 외 지음, 중앙북스 펴냄)

앤디 워홀·코코 샤넬의 공통점?

성공 가능성 믿고 지지해 준 어머니·친구·스승 등 멘토의 존재

유명인 운명 바꾼 숨은 조력자 48인… 톡톡 튀는 일러스트와 함께 그려 눈길

20세기 최고의 예술가 앤디 워홀이 잔뜩 쌓인 통조림 깡통으로 대량소비사회를 풍자한 작품 뒤에는 아들과 긴 시간을 보내며 영감을 준 어머니 줄리아가 있었다. /사진제공=중앙북스


20세기 최고의 예술가이자, 죽어서도 여전히 미술계 영향력 1위이며, 지난해에도 세계 경매 낙찰총액 1위를 놓지 않은 앤디 워홀(1928~1987). 어려서부터 병약했던 워홀은 어머니와 보내는 시간이 길었다. 남편과 사별 후 아들 셋을 키우던 엄마 줄리아 워홀은 가난했고 텔레비전이나 라디오를 장만할 수도 없었기에 아들과 그림을 그리며 놀아주곤 했다. 그녀는 아들에게 만화책을 사주고는 이것들을 잘라내는 것을 지켜봤다. 훗날 워홀은 슈퍼맨·배트맨 등 만화를 비롯한 대중문화의 이미지를 작품으로 만들었고 이로 인해 '팝아트'의 대표작가가 됐다. 워홀은 슈퍼마켓 어디서든 볼 수 있는 수프 깡통을 그린 '켐벨 수프 캔'으로 대량소비사회를 풍자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예술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를 두고 워홀은 "어머니는 과일 통조림으로 깡통 꽃을 만들었어요. 내가 처음 통조림 깡통 작품을 만든 이유죠"라고 밝혔다. 한번은 어머니가 "밤새 앤디가 자는 모습을 바라보았어"라고 말한 것에서 영감을 얻어 5시간 20분 동안 계속 잠자는 남자를 찍은 1963년작 영화 '잠'을 제작하기도 했다.


홀로 위대해진 사람은 없다. 위대한 사람의 뒤에는 언제나 그의 성공을 가능케 한 누군가가 있다. 그게 친구나 애인일 수도 있으며, 파트너·뮤즈·동료·코치·조력자·스승·조수 등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 이 책은 유명한 사람의 곁을 지킨 '무명(無名)씨'의 이야기 48편을 담고 있다.

관련기사



여성 패션의 혁신을 이룬 코코 샤넬(1883~1971)의 최고작을 꼽으라면 단연 '리틀 블랙 드레스'다. 이 짧은 검은 원피스의 탄생 배경에는 샤넬의 연인이자 후원자인 동시에 스타일·재능·감각을 모방할 정도로 영감의 원천이었던 아서 에드워드 카펠이 있었다. 해상 운송 무역상의 아들로 상류층 생활을 즐기던 20대의 카펠은 친구인 에티엔 발상의 여자였던 샤넬을 만나 빠져들었다. 거침없는 여자였던 샤넬은 카펠을 애인으로, 발상을 후원자로 둔 채 10여년을 보냈다. 그러던 중 카펠은 1918년 결혼했지만 이듬해 크리스마스를 샤넬과 함께 보내기 위해 파리에서 칸으로 가던 중 교통사고로 사망한다. 슬픔에 잠긴 샤넬은 침대보까지도 검은색으로 바꾸고, 매일 검은 드레스만 입고 지냈다. 어두운 색이었지만 짧은 길이의 원피스는 상복같은 느낌이 들지 않았다. 이것이 바로 1926년 탄생한 단순함과 고급스러움을 갖춘 '리틀 블랙 드레스'의 시초다.

시대를 변화시키고 자신의 삶마저 뒤바꾼 이들에게는 전환점이 되어 준 누군가가 존재했다. 책에 담긴 그들의 매력적인 뒷 이야기들을 재미로만 읽을 수는 없다. 소통을 돕는 기기들은 발달하지만 반대로 인간관계 형성에 힘들어하고 실패했다며 좌절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요즘, 가까운 자신의 인맥부터 꼼꼼하게 챙기는 것이 어쩌면 내 인생 자체를 흔들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책은 조언한다. "지금 옆에 있는 사람이 당신의 미래"라며 말이다. 세계적 일러스트레이터들이 참여한 책의 삽화를 보는 맛도 쏠쏠하다. 1만4,000원.


조상인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