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소버린 사태' 오나
■ 칼 아이칸, KT&G 지분 6.59% 매입"주가부양 통한 시세차익 챙기기" 분석속外人 지분 많아 최악땐 M&A분쟁 가능성도
온종훈 기자 jhoh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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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사냥꾼' 칼 아이칸 KT&G 경영참여 의사
기업사냥꾼 칼 아이칸의 KT&G 지분매입이 확인됨에 따라 아이칸측의 앞으로 움직임과 KT&G의 대응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아이칸측이 지분매입 사실을 공시하면서 고배당, 인삼공사 공개, 부동산 개발, 이사 선임 등 주요 경영사항에 대한 요구강도가 높은데다 외국인의 지분이 61%를 넘는 취약한 KT&G의 지분구조로 볼 때 ‘제2의 소버린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물론 현 지분으로서는 KT&G측 우호지분의 격차가 현저해 소버린 사태와 최악의 시나리오는 현실화될 가능성이 낮다는 게 증권가의 분석이다. 하지만 아이칸이 외국인간 연대 등을 도모할 경우 경영권 분쟁이 벌어질 개연성을 배제할 수는 없어 보인다.
3일 현재 KT&G의 최대주주는 의결권이 없는 자사주(9.94%)지만 중소기업은행 5.85%, 우리사주조합 5.75% 등이 우호세력에 포함된다. 또 자사주를 우호세력에 넘기게 되면 우호세력 지분이 20% 이상으로 올라가면서 아이칸 지분을 크게 웃돌게 된다. 다만 외국인 지분이 61.78%에 달하고 뚜렷한 대주주가 없어 3대 주주로 올라선 아이칸의 요구를 무시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증권업계에서는 이와 관련해 아이칸의 지분 확보 목적이 시세차익에 있는 만큼 섣부른 경영권 분쟁까지 치닫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아이칸은 90년대 후반 주요 투자사례에서 적대적 M&A를 요구하다가도 주가가 목표 이상으로 오를 경우 과감히 매각해 시세차익을 거둬들이는 모습을 보여줬다.
소버린 사태의 대상이 됐던 SK와는 달리 KT&G가 민영화된 공기업이어서 이번 사태에 대응하는 KT&G의 대응에도 차이를 보일 것으로 분석된다. 아이칸이 요구한 인삼공사 기업공개, 부동산 개발 등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KT&G가 자체 결정하기보다는 정부의 의중이 더 중요하다는 게 증권업계의 해석이다. 곽영균 KT&G 사장이 지난달 25일 기업설명회에서 “KT&G의 자회사인 한국인삼공사를 기업 공개하거나 보유 부동산을 매각할 계획이 없다”고 자신 있게 밝힌 것도 이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따라서 고배당과 자사주 매입을 통한 주가 부양 등의 중간 지점에서 KT&G와 아이칸측의 타협이 이뤄질 것이라는 대체적인 전망이다.
한편 이날 KT&G 주가는 증시가 폭락하는 와중에도 3.61% 오르는 강세를 보였으며 앞으로도 아이칸측과의 분쟁 여부에 따라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입력시간 : 2006/02/03 2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