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양대 선거를 앞두고 무차별 퍼주기 복지공약을 남발하던 정치권이 이제 와서 나라살림을 걱정하니 찜찜한 구석도 없지 않다. 아닌 게 아니라 오영식 민주당 의원은 이날 김무성 법안에 대해 "복지확대와 빈부격차 해소라는 시대정신에 역행하는 악법"이라고 평가절하했다. 하지만 재정건전화 법안에 대해 굳이 색안경을 끼고 볼 것은 아니다. 더구나 재정규율을 바로잡는 것을 악법으로 몰아붙이는 것은 정략적 접근일 뿐만 아니라 논리적 이치에 맞지도 않는다.
우리 재정구조는 두 가지 측면에서 결정적 취약점을 안고 있다. 공식 국가부채는 GDP의 36%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에 비해서는 아직 낮다. 하지만 숨은 빚이 그만큼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공공기관 부채와 지방정부 부채를 합친 광의의 국가부채 비율은 100%를 넘어섰다. 재정위기를 겪은 남유럽 국가와 다른 바 없다. 국가부채 증가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는 점은 더 큰 문제다. 세계 최고 수준의 저출산 고령화로 오는 2060년 국가부채 비율이 200%를 넘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국가채무의 무분별한 증가를 막고 지속 가능한 재정을 유지하자는 데 이론이 있을 수 없다. 이미 많은 선진국들은 국가부채와 재정적자 비율을 제한하는 재정준칙을 운영해오고 있다. 여야가 이번에는 제대로 세비 값을 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