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코앞에 닥친 21세기를 대비, 경제 사회의 틀과 정책방향 등 시장경제 체제에 맞게 개편 ·전환하기 위한 국가과제 21개를 제시했다.정부와 공공부문 혁신 6개, 기업경쟁촉진 3개, 구조조정촉진 5개, 인프라 효율화촉진 5개, 정보 기술혁신을 위한 과제 2개 등으로 짜여졌다.
말하자면 21세기를 향한 비전 제시이자 개방화 정보화 자율화시대에 대응,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생존전략이라 할 수 있다.
우리 경제엔 비전이 없다는 소리가 커져가고 있다. 방향감각이 분명치 않다는 소리도 적지 않다. 국민적인 상실감이 크고 자신을 잃어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선진국은 멀리 앞서가고 후진국이 추월하려 하는 데도 우리는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3년 앞으로 다가온 21세기에 중심국가와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잠재 역량에 불을 붙이지 않으면 안된다는 자성과 만각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할 것이다. 바로 그런 뜻에서 비전제시는 의미가 있고 과제에 담긴 의지를 평가할만 하다.
그러나 백화점식 나열이고 구체적인 실천전략이 보이지 않아 실현은 의심스럽다. 제시된 과제가 하나같이 미룰 수 없는 절실한 것이기는 하지만 현실적용이 어렵다면 이상이나 구호에 그치게 마련이다.
과제중에는 문민정부가 들어서면서 추진했으나 선언적 의미로 끝났거나 역 효과만 가져온 것이 없지 않다. 「작은정부」가 그렇고 규제혁파도 같은 길을 가고 있다. 규제완화니 민간자율이니 하면서도 오히려 규제를 늘리고 자율을 저해하는 행태를 거듭해 왔다.
더욱이 정권말기 레임덕 현상이 가속되어가고 있는 때다. 공직사회의 복지부동·무사안일 풍조가 팽배해 있고 이해 당사자들의 집단이기주의와 기득권 논리가 판을 치고 있는 마당이다. 새로운 일을 벌인다고 해서 먹혀들리가 없다.
물론 제시된 과제를 이번 정부에서 모두 마무리 하겠다는 것은 아니고 단기 과제는 이번 정부가 틀을 만들고 장기 과제는 새 정부에 넘기겠다는 것이다. 새 정부가 시간 낭비를 하지 않게 바탕을 잡아 놓겠다는 뜻이다. 어떤 의미에서는 대통령 후보들의 경제정책 공약방향을 제시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장관만 바뀌어도 정책이 뒤집히는 과거의 경험으로 미뤄 정부가 바뀌는데 전 정부가 넘겨준 정책이 그대로 유지될리 없다. 문민정부들어 경제개발 5개년계획이 백지화되고 신경제가 나온 것도 그런 맥락이다.
이번 국가과제 제시는 강경식 경제부총리다운 발상이다. 정권은 임기가 있으되 경제엔 임기가 없다는 말은 곱씹어 볼만 하다. 다만 정권 말기에 과욕을 부리지 않는게 현명하다. 현재 벌여 놓은 일을 잘 마무리하는 것이 순리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