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초유 망신까지… 정신 못차린 한국
경기 주저앉는데… 정신 못차린 정부■ 2013 경제정책 방향성장률 2.3%로 하향에도 재탕·삼탕 대책총액한도대출 놓고 한은과 출발부터 삐걱
민병권기자 newsroom@sed.co.kr
박근혜 정부가 28일 "민생경제 회복을 구현하겠다"며 올해의 새 경제정책 방향을 내놓았다. 대통령 선거를 치른 지 99일 만이다. 그러나 불황을 극복하겠다면서 내놓은 대책들을 보면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성장률은 '쇼크'라 할 정도로 3%에서 2.3%로 수직 하향 조정하면서 정작 내놓은 대책은 한가로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미시대책의 대부분이 2월 발표된 국정과제 내용을 베끼다시피 한 수준인가 하면 정부가 이날 대책에 담은 총액한도대출 지원강화에 대해 발표문의 잉크도 마르기 전에 시행당국인 한국은행이 정반대의 모습을 연출하는 등 초유의 엇박자를 내는 망신까지 당하고 말았다. 정부가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는 말이 곳곳에서 나온다.
정부는 이날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올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0%에서 2.3%로 대폭 낮추는 한편 이에 맞춘 '2013년 경제정책 방향'을 새롭게 발표했다.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성장률이 1ㆍ4분기에도 0% 내외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성장률이 7분기 연속 0%대 저성장을 이어가는 초유의 상황이다.
정부의 상황인식에는 비상등이 켜졌지만 대응은 여전히 미진하다. 기껏해야 정부가 정책방향에 담은 주요 거시정책은 4월 중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하겠다는 것과 수출ㆍ중소기업 등에 한은이 총액한도대출 지원을 확대하겠다는 정도다. 하지만 한은은 이날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총액한도대출 지원규모를 동결(9조원 한도)했다. 자칫 6월까지 총액한도대출 확대시점이 늦춰질 수 있다.
추경의 경우 구체적인 편성규모와 내용도 명시하지 않았다. 그나마 "경기가 크게 악화되면서 (올해 국세수입 부문에서) 6조원 이상의 세입감소 요인이 발생할 것"이라는 전망이 포함돼 올해 추경안 규모가 최소한 6조원은 넘어설 것으로 짐작될 따름이다. 만약 총 7조7,000억원 규모의 산업은행ㆍ기업은행 등의 공기업 지분매각이 지연되는 세외수입 차질까지 반영된다면 추경 규모는 최소 13조원대까지 커질 수 있지만 반영 여부는 미지수다.
미시정책들은 재탕ㆍ삼탕 수준이다. 그나마 주요 사안은 추후로 발표시점이 미뤄졌다. 주요 화두인 부동산시장 정상화와 고용률 70% 달성방안은 각각 4월 초나 5ㆍ6월에 발표되며 창업ㆍ벤처 활성화대책도 6월에나 구체화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시장은 물론이고 여당 내에서도 반응이 시큰둥하다. 새누리당의 한 고위관계자는 "정부의 추경안이 4월 국회에 제출돼도 야당의 반대로 통과되는 데 한달 이상 걸릴 수 있다"며 "일자리대책도 5~6월에나 구체화되니 사실상 2ㆍ4분기 경기대응 타이밍을 놓친 셈"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