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31일 지난 대선때 SK 외 다른 대기업들로부터도 거액의 대선자금을 현금으로 제공받은 단서를 대검 중수부가 포착, 수사 확대에 나선 것으로 알려지면서 상당히 긴장하는 모습이다.
이회창 전 총재의 대국민 사과와 특검법안 등을 통해 국면전환을 시도하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이 같은 악재가 터져나온데 대해 곤혹스러워 하면서도 한편으론 검찰측의 `의도`를 경계하는 인상이다.
검찰에 따르면 전날 구속수감된 이재현 전 한나라당 재정국장에게서 `SK 100억원`을 쌓아둔 당사내 재정위원장 사무실에 수백억원대로 보이는 다른 현금이 함께 보관돼 있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에 따르면 이씨는 재정위원장실에 `SK 100억원`이 든 쇼핑백들을 약 1.2m높이로 차곡차곡 쌓아두었고, 케비넷 등에는 1만원권 현금다발을 넣어두었으며, 가로 3m, 세로 5m, 높이 1.2m 공간에는 현금을 담은 라면박스와 A4용지 박스를 4단으로 쌓아놓았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이런 진술을 이씨 영장의 범죄사실에 적시하며, 재정위원장실에 있었던 현금을 추산해 볼때 당비 30억원을 제외하더라도 SK 100억원 외에 거액의 불법자금이 함께 관리됐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특히 검찰은 최돈웅 의원이 대선때 SK 외에 다른 대기업의 고위책임자와도 수차례 전화통화한 점에 비춰 이 돈이 다른 기업들로부터 불법 수수한 대선자금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한나라당은 SK비자금사건과 관련, 30일 이회창 전 총재가 기자회견을 통해 사과를 하는 등 그동안 당 차원에서 수차례 대국민 사과표명을 한데이어 이날 특검법안을 국회에 제출하면서 수세에 놓였던 입장을 공세로 전환하고 있는 가운데 이 같은 상황이 빚어지고 있는데 대해 바짝 긴장하는 모습이다. 한나라당은 SK외에 다른 대기업으로부터도 불법 대선자금을 수수한 것으로 드러날 경우 그동안의 수습노력이 물거품이 되는데다 걷잡을수 없는 혼란에 빠질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검찰측의 행위에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와 관련 배용수 부대변인은 “변호사들에 따르면 이 전 국장이 검찰측에 그러한 내용의 진술을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상황을 확인한뒤 대응방안을 논의할 것이다”고 밝혔다. 배 부대변인은 아울러 “이 것이 검찰측에서 한나라당을 궁지로 몰고가기위한 술수의 일환으로 흘러나온 얘기일수도 있어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문현기자 moonhn@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