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성장이 미래의 성장동력으로 부상하면서 철도가 새로운 르네상스를 맞고 있습니다. 오는 2012년에는 코레일도 흑자를 내는 공기업이 될 것입니다." 허준영(57) 코레일 사장은 30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철도 르네상스를 맞아 현재 6%에 머물고 있는 화물의 수송분담률을 2012년 15%까지 끌어올리고 여객수송분담률 또한 현재 7%에서 20%까지 올려 철도가 국가경제와 국민들의 문화생활에 크게 기여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허 사장은 "한국철도를 국민 모두가 사랑하고 이용하는 세계적 물류기업으로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얼마 전 한국철도의 향후 100년을 설계한 철도비전을 내놓았습니다. '세계 1등 국민철도' 비전을 구현하기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계획을 세워놓고 있으며 어떻게 추진하고 있습니까. ▲철도의 수송분담률 제고와 함께 종합물류사업 진출 등 사업다각화를 통해 물류산업에서 한국철도의 신성장동력을 확보할 계획입니다. 2012년까지 사업영역을 현재의 여객ㆍ물류ㆍ개발 등 철도운송 중심에서 종합생활서비스, 종합물류, 국내외 개발 등 연관사업까지 확장해 연매출 5조1,000억원과 영업흑자 1,100억원을 실현하는 글로벌 종합서비스 기업을 만들 것입니다. 특히 철도물류는 미래 한국철도를 이끌어갈 신성장동력이라고 보고 물류산업 활성화에 적극 나설 것입니다. 거점 간 물류의 단순이동업무에 머물지 않고 제3자 물류사업과 창고업ㆍ유통업 등에도 진출할 것입니다. 전국에 산재한 철도부지를 물류복합환승기지로 개발해 종합물류회사로서의 면모도 갖춰나가겠습니다. 또한 국내 대기업과 저탄소 녹색마일리지 협약을 체결해 철도이용을 활성화하고 국방 및 조달물자를 도로수송에서 철도운송으로 전환하는 작업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미 포스코가 생산하는 저중량 냉연 철강화물의 수송수단을 철도로 전환했습니다. -녹색성장시대를 맞아 철도가 주목 받고 있습니다. 철도이용 효과는 어느 정도입니까. ▲녹색성장은 크게 녹색기술 부문과 녹색생활 부문으로 나눠 얘기할 수 있습니다. 하이브리드카 또는 수소에너지 개발 등이 녹색기술 부문이라면 자전거를 탄다든지 기차를 이용하는 것 등은 녹색생활과 관련됩니다. 철도를 이용하는 것은 그 자체가 탄소 줄이기를 실천하는 것이며 녹색생활을 지금 당장 실천하는 일입니다. '소나무 효과'라는 것이 있습니다. 철도를 타는 것만으로 소나무를 심는 것과 같은 효과가 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서울에서 부산까지 열차를 이용하면 소나무 11그루를 심는 환경보호활동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철도를 이용할 경우 11㎏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되는 데 반해 자동차는 66㎏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해 55㎏이나 차이가 나는데 이는 소나무 11그루가 연간 흡수하는 이산화탄소에 해당합니다. -최근 코레일이 만성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사업다각화를 꾀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자회사인 코레일유통의 역사 내 편의점인 '스토리웨이'가 역외 진출을 선언했는가 하면 철도역을 거점으로 택배사업도 시작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또 서울역에서 인천공항까지 직통열차가 운행될 것에 대비해 서울역사 내에 면세점 설립도 추진하겠다고 했습니다. 흑자전환이 가능할는지요. ▲2012년 흑자전환을 목표로 한 철도비전을 제시해놓았습니다. 가능하리라고 봅니다. 이미 지난 5월 5,115명의 정원을 감축한 데 이어 흑자전환을 달성하기 위해 고객서비스ㆍ녹색성장ㆍ신성장동력 등 핵심사업 위주로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단행했습니다. 또 열차운행을 KTX 중심으로 개편해 수익성을 높이고 있고 신상품 개발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특히 올해에는 임금동결과 운영시스템 효율화 등으로 비용절감에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철도 수송분담률의 목표치 달성과 전국에 산재한 철도부지의 개발, 해외 철도시장 진출 등이 계획대로 추진될 경우 흑자전환도 기대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세계 1등 철도를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철도 이용고객에 대한 최고의 서비스가 이뤄져야 할 것 같은데요. ▲서비스의 시작은 고객들로부터 신뢰를 받는 것이라고 봅니다. 최근 서울역을 비롯한 전국 17개 KTX 정차역에 설치됐던 262대의 자동개집표기를 모두 철거했습니다. 이는 국민을 더 믿고 더 소통해서 철도고객을 왕으로 모시겠다는 의지의 표현입니다. 고객들의 반응이 매우 좋습니다. 또 부산발 KTX 막차 시간을 연장한 것과 오전4시30분 부산발 월요일 KTX 열차를 신설한 것이 큰 호응을 받고 있습니다. 부산발 막차 시간 연장의 경우 종전 오후9시25분 막차를 40분 연장해 여유가 생겼습니다. 이는 '고객의 소리'를 정책에 반영한 것인데 고객의 반응도 좋고 연간 35억원이라는 추가수익까지 기대됩니다. 코레일은 고객서비스 향상과 관련된 문제에 대해서는 언제든 귀를 열어놓고 좋은 아이디어는 임원회의 토론 등을 통해 적극 반영해나갈 것입니다. -철도노조가 강성으로 알려져 있는데 노사관계를 어떻게 설정해놓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어떤 노조든 탄생배경과 역할이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그동안 노조에는 법과 원칙을 무시하는 관행이 있었습니다. 그런 관행을 제자리로 돌려놓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특히 철도는 '국민의 발'입니다. 철도가 한번 파업하면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불편은 그만큼 클 수밖에 없습니다. 코레일은 공사 출범 이후 적자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지금은 초긴축 경영을 하지 않으면 구성원 전체의 생존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참고 허리띠를 졸라매야 합니다. 노조가 또 다른 무리한 요구를 할 시기가 절대 아니라고 봅니다. 고객인 국민들로부터 사랑 받는 철도를 만들기 위해 노조와 끊임없이 대화하고 토론할 것입니다. -철도를 이용한 다양한 관광상품이 제공되고 있습니다. 국민들의 철도이용을 확대하는 좋은 아이디어라고 보는데 효과가 있습니까. ▲기차여행은 여행을 하면서 건강해지고 지역경제까지 살릴 수 있는 대표적인 녹색관광상품입니다. 와인열차를 비롯해 기차와 배를 연계한 제주여행전용열차, 자전거 테마 전용열차, 팔도장터 농심체험열차, DMZ 투어열차 등 다양한 테마열차를 운영하고 있는데 이들 상품의 인기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습니다. 일본ㆍ유럽 등 선진국일수록 철도를 이용하는 국민이 많습니다. 국내여행 계획을 세울 때 어떻게 철도를 이용해 여행할지를 생각한다고 합니다. 안전하고 정확하고 환경친화적이라는 점과 철도에는 추억이 있다는 점에서 철도는 여행에 꼭 맞는 교통수단임에 틀림없습니다. 고객들의 요구에 부응하는 테마열차 상품을 보다 많이 개발하도록 힘쓰겠습니다. -용산역세권개발사업에 대한 관심이 높습니다. 현재 어떻게 추진되고 있습니까. ▲금융경색과 부동산 경기침체 등을 이유로 사업이 차질을 빚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코레일과 사업시행자가 모두 윈윈할 수 있는 길, 즉 사업이 원활히 추진될 수 있도록 긴밀히 협의하고 있습니다. 조만간 좋은 결과가 나올 것입니다. -한국철도의 해외진출도 점차 확대되고 있습니다. 일본이 동남아 시장을 대상으로 철도수출에 적극 나서고 있는데 코레일의 철도 해외수출 현황은 어떻습니까. ▲철도의 해외시장 진출은 또 하나의 성장동력입니다. 경기침체로 수요가 정체되는 등 국내 수요를 높이기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해외시장 개척은 철도의 새로운 블루오션이 될 수 있습니다. 취임 이후 국제철도연맹(UIC) 아시아 차기 의장에 당선되는 등 한국철도를 알리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왔습니다. 카자흐스탄과의 양해각서(MOU) 체결, 리비아 철도사업 진출 등 성과도 얻었습니다. 110년 한국철도 노하우는 또 하나의 수출상품이 될 것입니다. -코레일이 하루속히 정상궤도를 달리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습니다. 가장 시급한 일은 무엇입니까. ▲철도에 대한 투자가 크게 확대돼야 합니다. 1970년대 초 50%에 이르렀던 철도의 여객수송분담률이 7%대로 떨어지는 등 수십년간 철도에 대한 투자가 미미했습니다. 그동안 다른 나라에 비해 철도를 등한시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긴 안목에서 철도에 대한 투자가 이뤄져야 합니다. 선로사용료 또한 코레일 적자에 큰 몫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연간 6,000억원에 이르는 선로사용료가 코레일의 누적적자 2조4,000억원을 만들었다고 보면 됩니다. 국토해양부가 이와 관련해 용역을 실시했는데 1,700억원 정도는 감면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정부가 이를 적극 반영해주기를 바랍니다. 장애인ㆍ노약자 할인, 무임승차 등 공공서비스의무(PSO) 부담발생액에 대한 정부 보상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연간 800억원에 이르는 부족분을 정부가 지원해줘야 합니다. 코레일은 정부의 골칫거리인 인천공항철도를 인수하기 위해 정부와 협상하고 있습니다. 정부에 요구할 것은 요구하고 협력할 것은 협력할 것입니다. -조만간 대전역 철도시대가 열리게 됩니다. 한국철도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상징적인 의미가 큽니다. 신사옥으로의 이전은 단순히 공간을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관청시대를 마감한다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특히 2005년 공사로 전환됐으나 이제까지 진정한 공기업으로 탈바꿈했느냐에 대해서는 부족한 점이 있다고 봅니다. 철도타운 입주는 코레일이 공익성과 수익성을 함께 추구하는 공기업으로 완전히 새롭게 태어나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1952년 경북 대구 ▲1975년 고려대 법대 졸업 ▲서울대 행정대학원ㆍ프랑스 국제행정대학원 수료 ▲명지대 산업공학 박사 ▲미국 FBI 내셔널 아카데미 연수 ▲1980년 제14회 외무고시 합격 ▲1980년 외무부 사무관 ▲1984년 경찰 임용 ▲주 홍콩 총영사관 영사 ▲남대문 경찰서장 ▲경찰청 경비교통국 교통심의관 ▲대통령실 치안비서관, 서울경찰청장 ▲2004~2005년 제12대 경찰청장 |
許사장 20여년 경찰 경험 철도 안전 업무에도 큰 자산 허준영 사장은 요즘 만나는 사람들에게 ‘안정환’ 이야기를 한다. ‘안전하고 정확하며 환경친화적인’ 철도를 많이 이용해달라는 주문이다. 꼭 철도의 수장이어서가 아니다. 경제도 살리고 환경도 지키는 철도만큼 좋은 교통수단은 없다라는 생각에서다. 실제 ‘안정환 선수’를 홍보대사로 임명하기도 했다. 영어ㆍ불어ㆍ독어ㆍ스페인어ㆍ중국어ㆍ일어 등 6개 외국어에 능통한 그의 아이디어가 빛나는 작품이다. 허 사장이 ‘안정환’에서 가장 중요하게 보는 부분은 ‘안전’이다. 취임 5개월째, 끊임없이 철도사고가 났고 부단히 대응했다. 대형참사로 이어질 뻔한 경의선 크레인 전도 사고가 있었는가 하면 유난히 잦은 집중호우로 선로유실과 복구작업이 반복되곤 했다. 여기에 노동조합의 태업, 깊어진 경제난으로 인한 선로투신과 열차 지연사고까지 ‘철도의 역사는 사고와의 전쟁’이라는 말을 실감한 시간들이었다. 동시에 ‘안전은 철도에서 언제나 변하지 않은 영원한, 그리고 최대의 과제’라는 것도 재확인했다. 허 사장은 아무리 고품격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하더라도 안전이 무너지면 모든 것이 실패로 끝난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는 경찰과 ‘국민의 발’인 철도의 안전을 책임지는 현재의 업무와 일맥상통한다. 20여년의 경찰 경험이 업무수행에 큰 자산이 되고 있는 셈이다. 허 사장은 우리 국민들이 여행을 할 때 아직도 기차보다는 자동차를 선호한다고 아쉬워했다. 선진국 국민들은 여행을 할 때 기차를 선호하는 데 반해 우리의 여행 트렌드는 아직도 자동차 위주라는 푸념이다. 허 사장은 가장 안전하고 편안한 기차여행을 여행의 새로운 트렌드로 만드는 것을 최고의 목표로 삼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