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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산(울릉도)에서 무릉(독도)이 선명히 보인다’는 세종실록지리지의 기록 사진으로 증명했죠”
광복 70주년 맞아 ‘울릉도에서 독도를 보다’ 사진전 연 권오철 천체사진가
“1년에 2월과 11월에만 울릉도-독도-해 일직선 돼, 끈기 있게 기다려 촬영 성공”
잠수함 설계·소프트웨어 개발하다 사진가로 변신, 국내 최초로 NASA ‘오늘의 사진’에 선정 되기도
“조선 시대 쓰인 세종실록지리지는 ‘우산(울릉도)·무릉(독도) 두 섬은 서로 멀리 떨어져 있지 않아 날씨가 맑으면 바라볼 수 있다’고 적었는데, 이를 사진으로 증명해냈습니다. 일본의 독도 도발이 터무니없다는 또 하나의 증거를 찾아낸 것이죠. 울릉도에서 본 독도의 아름다움을 여러 사람이 만끽했으면 합니다”
광복 70주년을 기념해 동북아역사재단 주최로 서울 서대문 임광빌딩 1층에서 9월 13일까지 ‘울릉도에서 독도를 보다’사진전을 열고 있는 권오철(41·사진) 천체사진가는 20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대표작 ‘울릉도에서 본 독도를 품은 일출’을 촬영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이 작품은 검붉게 물든 바다를 뚫고 노란 해가 떠오르며 독도를 비출 때 나타나는 ‘글로리(물체의 그림자 둘레에 빛의 고리가 나타나는 현상)’를 포착한 모습이 압권이다. 권 작가는 “우리 영토인 울릉도에서 독도가 가시거리 안에 있다는 점은 국제법 상으로도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대표작 외에도 사진전에서는 권 작가가 2011년부터 4년 동안 울릉도와 독도를 여러 차례 오가며 카메라에 담아낸 독도와 울릉도의 ‘비경’ 20여 점을 만날 수 있다.
권 작가는 ‘독도를 품은 일출’ 촬영 과정을 두고 ‘어려운 과정을 통해서 어렵지 않다는 점을 증명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권 작가는 “일출 때 울릉도에서 독도를 볼 수 있다는 사실을 울릉도 주민 정도만 알았지 일반인들은 잘 모르고 있었는데 사진으로 그 사실을 알리고 싶었다”며 “이번 기회를 통해 울릉도에 독도의 일출을 실제로 볼 수 있는 전망대를 세워 일반인에게 공개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권 작가는 담담하게 답했지만, 실제 촬영 과정은 어려움의 연속이었다. 울릉도에서 독도까지의 거리(87.4㎞)와 독도의 폭, 태양의 직경 등을 고려해 촬영이 가능한 지점을 찾는 계산까지는 쉬웠다. 하지만 문제는 울릉도와 독도, 태양이 정확한 일직선이 되는 때와, 무엇보다 맑은 날씨였다. 권 작가는 “울릉도에서 독도와 태양을 일직선으로 볼 수 있는 것은 1년 중 2월과 11월뿐인데다, 파도를 비롯해 수증기를 피할 수 있는 완벽한 때를 기다리며 울릉도를 무시로 드나들었다”고 했다. 그렇게 기다림이 계속 되던 지난해 11월 5일 드디어 ‘독도 글로리’ 촬영에 성공했다.
권 작가는 전 세계에서도 드문 프로 천체사진가다. 서울대 조선공학과를 졸업하고 대기업과 벤처기업에서 잠수함 설계, 소프트웨어 개발 등을 했던 그는 직장생활의 ‘염증’을 뒤로 하고 2009년 사진작가로 전향해 천체사진은 물론 다양한 사진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권 작가는 지난해 한국인 최초로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오늘의 천문학 사진’에 선정 되는 등 유명 사진가가 됐다.
권 작가는 “한 번뿐인 인생을 행복하게 사는 길이 무엇일지 고민하다가 내가 품었던 ‘별’과 ‘사진’에 대한 꿈을 천체사진가라는 직업으로 만들었다”며 “꿈과 진로를 고민하는 청소년들에게 멘토가 돼주고 싶다”고 말했다.
사진=권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