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스닥 1,500P 붕괴'대표종목' 인텔등 경영실적 잇따라 낮춰
뉴욕증시의 나스닥지수가 11일 심리적 저항선인 1,500포인트 이하로 떨어진 것은 정보기술(IT)산업의 경기회복이 멀었다는 투자자들의 부정적 인식을 반영하는 것이다.
지난 2000년 3월 한때 5,300포인트까지 치솟았던 나스닥지수는 9ㆍ11테러라는 특수상황을 제외하면 98년 가을 이후 최저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5년간의 나스닥지수 추이는 일본 닛케이지수의 거품 붕괴와 같은 양상을 보이고 있다.
뉴욕증시의 전문가들은 미국경제의 제조업이 투자를 재개하고 고용시장이 좋아지는 시기에 IT산업이 회복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애리조나주 소재 반도체전문연구소 세미코의 짐 펠드한 소장은 "미국기업들이 투자를 늘릴 것으로 예상되는 올 하반기에 IT경기가 회복될 것"으로 말했다.
그러나 90년대 말의 과잉설비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에 IT경기와 나스닥의 회복은 내년에나 가능할 것이라는 비관론도 만만치 않다. 나스닥지수는 올들어 23.2% 하락했고 극도의 비관론자들은 1,300포인트까지 하락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나스닥지수뿐 아니라 다우존스지수는 9,500포인트, 500개 블루칩 종목의 S&P500지수가 1,000포인트에 간신히 턱걸이함으로써 올들어 두 지수는 연초 대비 5%, 11.7% 각각 하락했다. 과거 경기회복 초기에 뉴욕증시의 블루칩 지수는 상승세로 돌아섰으나 이번 회복에서는 주가 고평가 문제가 불거지면서 하락장세를 연출하고 있다.
특히 기술주가 밀집한 나스닥지수는 대표종목인 인텔이 최근 2ㆍ4분기 경영실적을 하향 조정함으로써 PC산업의 회복이 멀었음을 예견하게 했고 핀란드의 노키아도 실적을 낮춰 잡아 휴대폰시장의 전망을 불투명하게 했다. 게다가 올초 기술주 상승을 선도했던 반도체주도 최근 하락세로 돌아서면서 나스닥시장은 선도주 부재의 상황을 맞고 있고 최근에는 생명공학주마저 폭락세를 연출하고 있다.
게다가 최근 월드컴을 비롯, 통신주들이 회계분식 사건에 휘말리고 글로벌 크로싱 등 부도기업이 속출하고 있는 것도 기술주 기피현상을 가중시키고 있다. 리먼브러더스의 애널리스트 닐 허먼은 "소프트웨어주는 앞으로 6개월 이상 죽은 돈(dead money)"이라며 부정적 전망을 냈다.
나스닥지수의 날개 없는 추락은 미국기업들의 투자회복을 지연시키고 있다. 4월 애그라퀘스트라는 화공약품회사는 설비를 개선하기 위해 상장을 통해 4,500만달러를 조달하려고 했으나 시장이 악화되는 바람에 무기한 보류했다.
뉴욕=김인영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