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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아이디어·컴퓨터만 있으면 누구나 창업하는 3차 산업혁명 온다

■ 메이커스(크리스 앤더슨 지음, RHK 펴냄)<br>인터넷·3D프린터 등 기술 진화로<br>디지털 시장이 제조업 판도 뒤바꿔<br>마이크로 업체가 산업변화 주도



이달 초 외신을 통해 전해진 3D 프린팅 권총의 개발 성공 소식은 많은 사람들을 경악시켰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구입한 900만원 짜리 기계로 만든 이 권총은 격발 장치의 공이 부분만 금속일 뿐 나머지는 모두 플라스틱이다. 3차원(3D) 프린팅이란, 설계도만 입력하면 특수재료를 한 층씩 분사해 굳히며 소재를 쌓아 올려 입체적인 제품을 만드는 기술이다. 쉽게 말해 설계도와 3D 프린터만 있다면 누구나 손쉽게 권총을 가질 수 있고, 얼마든지 제품을 '찍어낼' 수 있다는 얘기다.

이 권총이 시사하는 점은 알려진 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가격도 그리 비싸지 않은 3D 프린터가 이만큼 정교한 제품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좋다 나쁘다 하는 가치 판단을 떠나 그 용도가 무한하다는 점이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물론 이는 등록되지 않은 싼 무기를 갖고 싶어하는 테러리스트에게도 마찬가지겠지만.


이 책의 저자 크리스 앤더슨은 누구나 아이디어와 컴퓨터만 있으면 적은 비용으로 개인의 맞춤형 제조가 가능해지고 또한 유통할 수 있는 3차 산업혁명 시대가 오고 있다고 말한다. 인터넷이나 3D프린터 등 다양한 기술 변화 덕분이기도 하지만, 인터넷을 통해 자료를 얻고(오픈소스) 컨설팅을 받고(온라인 공동창작) 심지어 물건을 만들어 줄 공장까지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책 제목 '메이커스(makers)'는 다가올 산업혁명을 주도하며 제품 제작 및 판매의 디지털화를 이끄는 사람들을 뜻한다. 트렌드를 주도하는 생산자이며 일종의 '창조자' 다. 비주류 80%가 주류 20%보다 뛰어난 가치를 창조한다는 롱테일 경제학과 프리코노믹스(공짜 경제학) 이론을 제시한 저자, IT잡지 '와이어드'의 전 편집장 앤더슨은 바로 이 메이커 운동이 3차 산업혁명을 이끌 전조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1차 산업혁명 때 다축 방적기나 증기기관이 인간을 고된 육체노동에서 상당 부분 해방시켰고, 2차 산업혁명은 인터넷과 휴대전화 등으로 누구나 정보를 생산ㆍ유통할 수 있게 했다. 하지만 마르크스가 통찰했듯 여전히 생산수단을 갖고 있는 사람이 권력을 쥐고 있다. 저자는 아직도 우리가 2차 산업혁명 시기를 크게 벗어나지는 못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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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저자는 '와이어드' 편집장 시절 무인 조종장치를 만드는 회사 3D로보틱스를 창업한다. 인터넷을 통해 공개된 자료로 핵심제품을 설계하고 인터넷 커뮤니티의 조언을 받아 중국 공장에 소량 주문을 넣었다. 이렇게 만들어진 제품은 기존보다 300달러나 저렴해, 회사는 창업 3년만에 매출 100만 달러를 넘겼다.

저자는 3차 산업혁명의 도래를 앞두고 제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 저임금 국가로의 공장 이전은 아니라고 단언한다. 자동화 설비 덕분에 오히려 소비지 인근이 더 유리해지고 있다는 얘기다. 그리고 좋은 아이디어만 있으면 제품을 출시하고 세상을 바꿀 수 있는 디지털 시장이 제조업을 크게 바꿀 것이라고 전망한다. 오픈소스 디자인과 DIY 제조에 기반을 둔 수많은 마이크로 제조업체가 글로벌 경제를 바꿀 거대한 운동을 주도할 것이라는 얘기다. 새 정부 들어 다들 잘 알지도 못하는 '창조경제'에 골머리를 앓는 요즈음, '창조경제'가 어떻게 구현될 수 있는 지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미래는 이미 여기에 있다. 다만 고루 퍼지지 않았을 뿐"이라고 그는 강조한다. 1만6,000원.

이재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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