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시승기] 메르세데스-벤츠 뉴 SLK 200

2인승 오픈카… 드라이빙 짜릿<br>에어 스카프 등 첨단장치 자랑… 반박자 느린 가속감은 아쉬워


자동차가 운송 수단으로서만 존재한다면 로망의 대상이 될 수 없다. '달릴 때'의 쾌감과 '돌 때'의 짜릿함, 감성을 자극하는 그 무엇 때문에 마니아들의 열광이 있는 것이다. 또 자동차만큼 각각의 주관에 따라 호불호가 분명히 갈리는 제품도 흔하지 않다. 바닥에 붙듯이 낮은 위치에서 레이싱을 흉내 내는 드라이빙을 최고로 여기는 이들이 있는 반면, 오프로드도 거침 내달릴 수 있는 SUV만을 추앙하는 운전자들도 있다. 이번주 자동차면에서는 각기 다른 색을 지닌 신차 3대의 시승기를 자동차팀 3명이 전한다.

자동차의 유형 중 하나인 ‘로드스터’(roadster)의 특징은, 지붕은 물론 좌우측 창문도 없는 2인승이면서 차체가 낮다는 점이다. 실용성은 어떨지 몰라도 왠지 범상치 않을 것 같은 디자인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로드스터에서 쿠페로의 ‘변신’이 자유롭다는 메르세데스-벤츠 SLK의 포스가 남다른 것은 그래서 당연한 것인지 모른다. ‘뉴 SLK 200블루이피션시’를 시승했던 주말, 다른 프리미엄 수입차 브랜드의 고객 초청 행사장 앞을 우연히 지나칠 때 굳이 SLK를 세우려 했던 행사 관계자의 행동 역시 그래서 당연한 것인지 모른다.

SLK는 스포티(Sportlich)하고, 경쾌(Leicht)하며, 작은(Kurz)을 뜻하는 독일어의 약자다. 1994년 4월, 그 이름에 충실한 로드스터로 탄생돼 애호가들을 매료시켰던 SLK의 3세대 모델이 ‘뉴 SLK 200 블루이피션시’다.

쭉 뻗은 보닛과 전면의 와이드한 그릴이 눈에 들어온다. 전면부의 디자인은 과도하게 커보이는 벤츠 엠블럼으로 더욱 인상적이다. 역동성을 강조하기 위해 측면의 벨트라인이 바짝 치켜 올라간다. 후면 디자인은 단단한 볼륨감. 스포티함이 묻어난다.


인테리어는 전체적으로 메탈느낌이 강하다. 젊은 감각이지만 그렇다고 스포츠카의 그것까지는 아니다. 실내공간, 물론 좁다. 내부에는 오직 사람만이 탈 수 있다. 2명이 탄다면 노트북 가방 정도도 동승자의 무릎 위나 트렁크에 ‘실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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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 SLK 200에는 1,796cc, 직렬 4기통 직분사 엔진이 장착됐다. 차를 자동차전용도로에 올려 놓은 뒤 속도를 높였다. 은은한 배기음, 적당한 가속력, 흠잡을 데 없는 코너링을 제공한다. 주행모드를 ‘스포츠’로 돌리고 가속페달을 밟자 ‘노멀’모드보다 탄력이 더해지며 다이나믹하게 속도계가 올라간다. 1.8리터 엔진에 184마력(5,250rpm)과 최대토크 27.5km.g의 성능이 다부지다. 11.1Km/ℓ의 연비도 만족할 만한 수준이다.

다만 중저속은 물론 고속에서도 벤츠 특유의 ‘반박자 느린’ 가속감이 SLK 같은 ‘작은차’에서 느껴진 점은 다소 아쉬웠다. 주관일진 모르나 S클래스의 우아함이 이 차에서도 느껴져 이름만큼 경쾌하진 않았다.

뉴 SLK에는 다양한 첨단 장치도 장착됐다. 앞 좌석 헤드레스트 상단 부분의 송풍구를 통해 따뜻한 바람이 나오는 에어 스카프(AIRSCARF)는 지붕을 열고 주행할 때 유용한 장치다. 주행 속도에 따라 풍량의 세기가 자동 조절된다.

또 벤츠는 에어가이드(AIRGUIDE)를 자랑하고 있다. 헤드레스트에 부착된 투명한 플라스틱인데 이 것이 지붕을 열고 주행할 때 난기류로 인해 실내로 들어오는 바람을 차단시켜 준다.

가격은 6,750만원(부가세 포함)이다. 출퇴근용이나 패밀리카가 아닌, ‘멋’과 ‘드라이빙’만을 위한 차이기에 만만치 않은 수준. 그럼에도 요즘 수입차 시장의 분위기를 감안했을 때 벤츠가 만든 로드스터의 주인이 되겠다고 나서는 이들이 적지 않을 거 같다.

박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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