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4월엔 원전 올스톱… 日 전력 수급 비상등

간사이 모두 가동 중단… 남은 2기도 점검 앞둬<br>제조업체들 생산 차질따라 경제 부담 가중될듯


파나소닉ㆍ샤프 등 일본 굴지의 전자업체들이 위치한 간사이(關西) 지역의 모든 원자력발전소가 20일 밤 완전히 가동을 멈췄다. 후쿠이(福井)현에 있는 간사이전력 산하 다카하마 원전 3호기가 정기점검을 위해 가동을 중단했기 때문으로 이로써 총 54기에 달하는 일본 원전 가운데 현재 가동 원전은 단 2기로 줄어들었다.

오는 4월 하순이면 일본 전역에서 모든 원전이 가동을 멈출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전력수요가 늘어나는 올 여름 일본이 전국적인 전력난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만성적인 전력부족에 시달려온 일본 제조업체들이 직격탄을 맞으면서 경기침체의 그림자가 짙어진 일본경제에도 큰 부담을 줄 것으로 보인다.


21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후쿠이현 소재 다카하마 원전 3호기를 끝으로 간사이전력 산하 원전 11기의 가동이 모두 중단됐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일본 전역에서 현재 운전되는 원전은 니가타(新潟)현에 위치한 도쿄전력 산하 가시와자키가리와 원전 6호기와 홋카이도(北海道)에 있는 홋카이도전력 산하 도마리 원전 3호기 등 2기로 줄었다.

그나마 가시와자키가리와 6호기는 다음달 26일, 도마리 3호기도 4월 하순에는 각각 정기점검을 위해 가동을 멈추게 돼 지난해 대지진 발생 이전까지 일본 발전량의 약 30%를 차지하던 원전의 '올스톱'이 예고된 상황이다.


총 54기인 일본의 원전가동이 속속 중단되고 있는 것은 정기점검으로 순차적으로 가동되지 않는 원전들이 안전성 문제와 지역사회의 반대에 부딪쳐 재가동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대로 4월 이후 모든 원전의 가동이 중단될 경우 일본은 올 여름 전력사용 피크에 약 9.2%의 전력공급 부족에 시달릴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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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번에 다카하마 원전 가동이 중단된 간사이 지역은 원전 의존도가 높아 올 여름에 19.3%의 전력부족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된다. 아기 마코토 간사이전력 사장은 "간사이 전력공급이 '위기적 상황'"이라고 규정한 뒤 "올 여름 혹서기에는 전력부족이 최대 25%에 달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기업들도 애간장을 태우고 있다. 간사이 역내기업들은 지난해 말 이후 정부의 10% 절전요청에 실내온도 조절 등 온갖 방법으로 대응해왔지만 더 이상의 절전으로는 생산차질이 불가피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간사이 소재 대형 전자업체인 샤프는 "액정패널 등 24시간 풀가동해야 하는 공장에서는 대응이 어려운 실정"이라고 밝혔다. 효고(兵庫)현에서 대형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후지쓰도 "10% 절전에는 어떻게든 대응했지만 서버를 안정적으로 가동하려면 더 이상의 절전은 어렵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다른 기업들도 가뜩이나 경기악화와 엔고에 발목이 잡힌 가운데 '원전 가동률 제로'에 따른 전력부족이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원전 재가동이 조속히 이뤄지지 않을 경우 전력부족을 견디다 못한 기업들의 해외탈출이 가속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정치적으로 큰 부담인 원전 재가동 문제를 풀어가기에는 현정권의 힘이 달리는 것이 현실이다.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총리는 재정확충을 위한 소비세 증세 문제에 매달리느라 원전 재가동까지 신경을 쓸 여력이 없는데다 소비세 인상을 둘러싼 야권과의 충돌로 정권존립 자체도 위태로운 상황이다. 니혼게이자이는 "원전 재가동에 중의원 해산과 총선거 문제까지 얽히고 있다"며 "조속한 결단이 이뤄지지 않으면 재가동 타이밍을 놓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신경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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