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토요산책] 김치도 변해야 산다

세계인의 입맛에 맞게 개발<br>기능성 식품 등 다양화도 필요

김치의 우수성이 최근 일본ㆍ미국ㆍ영국 등 전세계에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국내 상황은 다르다. 식생활이 바뀌면서 한국인 1인당 소비량이 점점 줄고 피자ㆍ햄버거 등 외래식품 선호가 높아짐에 따라 김치를 먹지 않는 인구가 증가하고 있다. 이런 서구화된 식단은 과도한 칼로리 섭취로 비만을 유발시키고 있다. 김치는 지방을 분해하는 캡사이신과 식이섬유가 많아 대표적인 비만 예방 식품이다. 최근 김치 유산균의 면역력 강화 작용이 밝혀지면서 다시 한번 김치가 세계적으로 재조명 받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뜻하지 않은 파동으로 인한 한국 김치의 인기는 아직도 하향 국면이다. 초기 문제 제기는 중국산 수입 김치를 견제하기 위한 의도가 컸지만 오히려 국산 김치 수요만 감소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그 틈을 타 중국산 저가 김치의 수입이 점점 늘고 있다고 하니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국내에서 만들어진 제품은 엄격한 기준하에 원료와 제조 과정의 위생 상태가 관리가 되고 있다. 그만큼 제품의 원가 상승이 필수적이다. 이에 반해 우리와 다른 기준의 국가에서 만들어진 김치는 비록 일회적인 검사 기준에 합격했다 하더라도 그 위생 여부를 담보하기 어렵다. 하지만 여전히 품질보다 가격을 선호하는 국내시장에서는 중국산 김치가 유리하다. 어떻게 하면 중국 김치에 대항해 우리 김치를 세계화할 수 있을까. 첫째, 국산 재료 고집에서 벗어나야 한다. 김치에서 고추는 매운맛을 내고 붉은 빛깔을 내는 역할을 하는데 원가 비중이 가장 크다. 저렴한 가격과 선명한 붉은빛 때문에 중국 고추를 많이 사용하고 있어 김치에 소비되는 고추가 전체 고추 소비량의 30%나 된다고 한다. 중국산 고추의 대체제로 파프리카 추출물을 사용하면 어떨까. 파프리카는 고추의 일종으로 그 추출물은 파프리카의 성분과 같다. 현재 파프리카 추출물은 라면과 치즈 등에 사용되고 있지만 유독 김치에서만은 사용이 제한된다. 파프리카는 사용할 수 있지만 그 추출물은 사용하지 못한다니 불합리한 일이다. 안전성이 확보된다면 첨가물에 대한 제한이 완화돼야 품질이 개선되고 원가도 절감될 것이다. 오로지 국산, 전통만을 고집하는 것은 시대에 뒤지는 사고방식이다. 둘째, 전통적인 김치의 형태나 맛으로부터 탈피해야 한다. 예를 들어 보쌈김치는 30여가지 재료를 손질해 배추 잎으로 감싸 숙성시킨다. 그러나 막상 접시에 담길 때에는 배추로 감싸뒀던 양념을 풀어헤쳐 담기 때문에 볼품없을 뿐 아니라 재료의 어우러진 맛을 보기 어렵다. 이런 문제점에 착안해 한입 크기의 말이 형태 김치를 개발, 특허를 받았고 대내외적으로 호평을 받았다. 사용하는 재료나 형태ㆍ맛을 소비자의 기호와 취향에 맞게 과감하게 변화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100여년 전부터 만들어온 전통 방식도 좋지만 오직 그 방식만을 고집한다면 시대의 흐름을 거스르고 경쟁의 대열에서 뒤지게 될 것이다. 셋째, 흔한 반찬이 아닌 기능성 식품, 기호식품으로 김치를 변모시키는 노력도 해야 하겠다. 염도를 줄이고 매운맛을 줄여 김치를 여러 가지 식품에 첨가하거나 밥이 없이도 먹을 수 있게 하는 등 제품의 용도를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 이와 같은 선상에서 세계 식품시장의 흐름이나 소비자의 기호를 분석해 이들에 부응하는 제품을 개발한다면 세계시장에서 김치의 입지를 굳히는 것이 전혀 불가능한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지금 국내 김치산업이 어려운 처지에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진가가 변하는 것은 아니다. 지금 당장은 중국산 김치가 넘쳐나고 있지만 한국 김치의 품질은 따라오지 못할 것이다. 현재의 위기를 기회로 반전시키기 위해서는 어려운 시기에 대한 인내와 제품 개선을 위한 노력으로 김치산업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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