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미중 투자협정 협상 재개

차·금융·에너지 등 100여개 업종 시장 개방 효과<br>5차 전략경제대화 막내려

미국과 중국이 지난 2009년 중단된 양국 간 투자협정(BIT) 체결을 위한 협상을 4년 만에 재개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사이버 해킹 문제를 놓고는 한치의 양보 없는 설전을 이어갔다. 북핵 문제에 대해서는 양국이 비핵화 원칙을 확인한 가운데 미국은 가시적인 비핵화 조치를, 중국은 6자회담 조기 재개를 강조했다.

1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막을 내린 제5차 미중 전략경제대화에서는 양국 간 투자확대에 대한 가시적인 성과를 거뒀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제이컵 루 미 재무장관은 "이틀간의 회의에서 중국과 정체돼 있던 BIT 체결을 위한 협상을 재개하기로 합의했다"며 "미국 근로자에게 이익을 주고 사업영역을 확대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측도 신속한 협상개시에 합의했다고 밝히면서 외국기업들의 투자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상하이에 시범 자유무역지구를 설치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가오후청 중국 상무부장은 "중미 BIT 협상재개를 합의한 만큼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협상을 시작할 것"이라고 확인했다.

미국은 BIT가 체결될 경우 다수의 미국계 투자은행들이 본격적으로 중국 본토에 상륙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금융시장 개방에 가장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에린 에니스 미중무역전국위원회(USCBC) 부회장은 "BIT가 체결되면 합작 외에는 중국 투자의 문이 닫혀 있던 자동차ㆍ은행ㆍ화학ㆍ에너지 등 100개 이상 업종의 시장이 개방되는 효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도 BIT 체결로 자국 기업들의 미국 시장 진출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동안 미국 규제당국은 화웨이 등 중국 기업들의 미국 진출 시도에 대해 정보유출 우려 등을 이유로 번번이 가로막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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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의제 중 하나였던 한반도 문제는 비핵화 원칙을 재확인한 가운데 선결조건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윌리엄 번스 미 국무부 부장관은 공동성명을 발표하며 "북한과의 대화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검증 가능한 비핵화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중국 측은 북한 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6자회담을 비롯한 대화의 조기 재개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중국은 아울러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를 이행하겠다는 점도 재확인했다고 미국 측은 전했다.

하지만 양국은 사이버 해킹과 위안화 환율 문제에 대해서는 첨예한 의견차를 드러내며 맞붙었다. 예상대로 미국이 중국 정부의 비호하에 사이버 해킹이 이뤄진다고 비난하자 중국 측은 중국도 피해자라며 미국 정보당국에 의한 비밀 정보수집 사건 등에 대한 해명을 요구했다.

위안화 환율 문제도 서로 공방을 벌였다. 루 장관이 "위안화 개혁은 중국이 소비경제로 전환하는 중요한 부분인 만큼 늦어질수록 위험하다"고 말했다. 이에 왕양 부총리는 "비판을 참는 데도 한계가 있다"며 "중국의 근본적인 시스템이나 국익에 해가 되는 견해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일침을 놓았다.

김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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