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인으로 나온 수백명의 기업인들은 하루 종일 기다리다 불과 몇분간 답변한 뒤 되돌아갔다. 의원 자질을 의심하게 할 정도의 막말을 내뱉는 것이나 막무가내로 호통치기와 한건주의식 저질폭로를 접하고서는 짜증을 넘어 막장 드라마를 보는 듯한 기분까지 든다. 국민들을 얼마나 우습게 여기면 저렇게까지 할까 혀를 차게 만든다.
이번 국감에서는 정책대안 제시는 고사하고 국정난맥을 딱 부러지게 제대로 추궁한 성과도 없다. 당리당략에 의한 정쟁 아니면 겉핥기식 맹탕의 반복에 다름 아니다. 걸핏하면 파행으로 치닫는 구태도 어김없이 되풀이됐다. 국정원 정치개입 문제를 비롯해 민감한 현안을 다루는 국방위원회를 비롯한 몇몇 위원회에서는 증인채택만 두고도 국감 중단과 속개가 반복됐다. 국감을 정쟁의 도구로 삼기로는 여야가 따로 없다.
국감제도 개선을 더 이상 미룰 수 없음은 이번에도 새삼 확인됐다. 무엇보다 벼락치기식 졸속국감이 문제다. 국회가 이번에 감사한 피감기관은 628곳으로 역대 최대다. 그나마 휴일을 빼면 위원회 별로 하루에 3.5개꼴이다. 이러고서 국감 본연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국감 무용론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그동안 정치권 내부에서도 제도개선의 필요성과 자성의 목소리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선진국에서 채택하는 상시국감 외에 분기 단위로 피감기관을 나누는 분산국감, 현안 중심의 집중국감 같은 여러 방안이 진작부터 나와 있다. 이번에도 여야 원내사령탑 공히 개선방안을 입에 올렸다. 의지만 있다면 굳이 개선방안을 두고 샅바싸움을 하느라 허송세월할 것도 아니다. 지난해 마련한 국회선진화법에는 상임위가 국감시기를 자율적으로 결정할 근거가 있다. 여야가 결단을 내리면 최소한 지금보다는 생산적인 국감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그게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