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금융불안 방심 말고 위기대응책 강구해야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부실에 따른 세계 금융시장 불안이 미국과 유럽 등 각국 중앙은행의 적극적인 시장개입으로 일단 안정을 되찾아가고 있기는 하나 살얼음판을 걷듯 조마조마하다. 미 FRB는 ‘공개시장 조작으로 연방기금 금리를 목표치인 연 5.25%로 낮추기 위해 시장이 필요로 하는 만큼의 자금을 풀겠다’는 성명을 발표하고 이틀 동안 620억달러를 공급했다. 유럽중앙은행도 2,136억달러의 긴급자금을 풀었다. 우리도 어제 긴급 금융정책협의회(금정협)를 열어 서브프라임 부실로 금융시장이 불안할 경우 원화ㆍ외화를 막론하고 필요한 자금을 즉각 공급해 신용경색에 대응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채권금리가 내리고 주가폭락도 진정되는 등 국제금융시장은 안정을 회복하고 있다. 그러나 시장의 불안감은 여전히 가시지 않고 있다. 세계 최대인 씨티은행이나 골드만삭스조차 거액 손실과 환매 요구로 몸살을 앓고 있다. 더 큰 걱정거리는 중국 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 부실이 핵폭탄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다. 이런데도 정책 당국의 대응은 지나치게 안이하다. 금정협은 “현단계로서는 서브프라임 부실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고 금융시장 전체의 위기는 아니다”라며 긴박하게 돌아가는 선진국들과 동떨어진 진단을 내놓았다. 더구나 지난주 서브프라임 사태가 진정되고 있다는 엉뚱한 주장과 함께 콜금리를 인상했던 한국은행은 금정협을 가진 후 “아직은 유동성을 공급할 때가 아니다”라고 밝혀 정책에 대한 신뢰성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 서브프라임의 충격이 표면상 진정기미를 보이고 국내 금융사의 직접적인 피해가 크지 않다고 해서 강건너 불보듯 해서는 안 된다. 서브프라임 충격 이후 외평채 가산금리가 뛰고 기업들의 해외채권 발행 차질 등 간접적인 피해가 커지고 있음에 주목해야 한다. 더구나 우리는 금리인상 속에 주택담보대출의 부실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서브프라임 사태가 단기간에 진정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국내외의 진단이다. 당국은 “괜찮다”만 되풀이할 게 아니라 중장기적 파장에 대비해 시장에 믿음을 줄 수 있는 상황별 위기대응 프로그램을 수립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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