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초반, 세계 최대 인터넷 검색사이트는 '야후'였다. 인터넷 세상을 주도했고 주가는 120달러에 육박했다. 한국시장 점유율도 80%를 넘었다.그러나 구글의 등장, 고객과 멀어지는 서비스, 투자실패 등 계속되는 악재로 야후는 나락으로 떨어졌다. 주가는 10분의1 토막이 났고 부진은 10년 넘게 이어졌다. 산소호흡기로 연명하며 9개월 동안 3명의 최고경영자(CEO)가 달려들었지만 모두 손 들고 떠났다.
그런 야후가 최근 화려하게 부활했다. 구글을 제치고 미국 내 방문자수 1위 자리를 회복했고 주가는 반등하며 40달러대로 올라섰다. 입사 희망자도 세 배나 늘었다.
야후 부활의 촉매제는 마리사 메이어 신임 CEO. 지난해 7월 취임 후 "협력을 통한 혁신"을 강조했다. 재택근무를 폐지하자 직원들은 거세게 반발했다. 그러나 메이어는 매주 직원들과 대화하는 '열린 커뮤니케이션'으로 기업문화를 바꿨다.그는 "실수를 하지 않는다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라며 일하도록 독려했고 "수동적인 직원이 많다면 조직과 개인의 목표를 점검해야 한다"며 비전을 제시했다. 메이어로 인해 직원들도 신이 났지만 야후의 시가총액도 16조원에서 43조원으로 껑충 뛰었다.
바닥을 치고 반등하는 야후가 바닥으로 추락한 KT와 오버랩된다. KT는 우리나라 최초, 최대의 통신회사다. 유선과 무선·초고속인터넷 보급을 주도하며 'IT강국 코리아'를 이끌었다. 그러나 신규 경쟁자와 CEO 리스크 등 내우외환에 시달리며 직원들의 사기는 땅에 떨어졌다. 직원들은 지난 5년을 '암흑기'라고 평가한다. "오너가 아닌 CEO가 오너처럼 회사를 경영하면서 기업문화가 망가졌다. 일하다 실수하면 잘리고 수익보다는 리스크를 따지면서 눈치 보기, 보신주의가 만연하다"고 아쉬워한다.
마음도 이미 다 떠났다는 것이다. 때문에 황창규 KT 회장 내정자에 대해서도 반신반의한다. 그럼에도 "신임 회장이 직원들의 마음을 다잡아주고 조직문화를 개혁해줄 수 있을 것"이라는 실낱같은 희망은 남아 있다. 황창규는 마리사 메이어가 아니고 KT는 야후가 아니다. 그러나 결국은 사람이다. 열린 커뮤니케이션으로 조직이 하나가 되면 KT도 화려한 부활이 가능하다. KT의 전임 CEO는 직원들에게 눈물의 '울림'을 줬다. 새로운 CEO는 공감의 '울림'을 통해 직원들의 닫힌 마음을 열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