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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빙 앤 조이] 한국에도 와이너리가 있다

국산 와인을 찾아서<br>와인 시장 국산 점유율 10% 불과<br>90년대 복분자酒 소비 늘며 회복세



청도감와인이 3~4년간 숙성되고 있는 와인터널. /사진=청도감와인 제공

[리빙 앤 조이] 한국에도 와이너리가 있다 국산 와인을 찾아서와인 시장 국산 점유율 10% 불과90년대 복분자酒 소비 늘며 회복세 서은영 기자 supia927@sed.co.kr 그래픽=이근길기자 ImageView('','GisaImgNum_1','default','260'); ImageView('','GisaImgNum_2','default','260'); 청도감와인이 3~4년간 숙성되고 있는 와인터널. /사진=청도감와인 제공 ImageView('','GisaImgNum_3','default','260'); "이거 국산 맞아요?" 주부들이 시장에서 야채나 과일을 살 때 꼭 묻는 질문이다. 생식용 제품을 구입할 때 만큼은 우리 농산물의 품질을 최고로 치지만 유독 가공식품을 살 때만큼은 다른 잣대를 들이대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된다. 와인이 대표적인 예다. 프랑스나 이탈리아, 칠레, 미국산 등 수입 와인을 최고로 치면서 한 번도 맛 보지 않은 우리 국산 와인은 으레 품질이 떨어질 것이라고 짐작하는 것이다. 한-칠레 FTA 체결 이후 와인 생산을 위한 양조용 포도 연구가 점차 무르익고 있고 농가의 와인 사업 참여도 속도를 내고 있어 국산 와인 생산을 위한 기반은 거의 마련된 상태다. 하지만 가장 큰 걸림돌은 우리 와인에 대한 우리 국민의 인식. 설, 추석 때나 깜짝 이벤트로 국산 와인 판매가 늘어나는 것을 제외하고는 수입산에 비하면 판매율이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해외 와이너리 투어에는 관심을 가지면서도 정작 접근성이 좋은 국내 와이너리 투어는 외면하는 풍조 역시 외국산 와인 위주의 시장 불균형이 만들어낸 부작용이다. 국산와인 산업의 역사는 30~40여년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80년대 후반 주류 수입 자유화로 국내 와인 생산이 거의 중단되는 위기에 처했던 10여년을 제한다면 20~30년 정도로 짧은 역사다. 이에 전문가들은 "와인 산업 만큼은 10년 이상의 긴 시간을 가지고 때가 무르익기를 기다려야 한다"며 "일본 역시 자국산 와인의 시장 점유율이 20%대가 되기 까지 50년 이상을 기다렸다"고 말한다. 최고의 미국산 와인이자 전세계 명품 와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캘리포니아 나파밸리 와인 역시 생산 초기에는 미국인들에게조차 관심을 얻지 못했다. 이 같은 상황을 역전시킨 인물이 바로 와인의 달인이자 미국 와인을 살린 와인 명가로 알려진 로버트 몬다비다. 금주법으로 미국 전역의 와이너리들이 문을 닫았을 때도 살아 남았던 그의 와이너리 '몬다비'는 유럽 와인 앞에선 맥을 못 추는 자국 와인시장의 현실 앞에서 품질로 정면 승부를 걸었다. 나파밸리 와인을 들고 프랑스로 가서 블라인딩 테스트를 했고 명품으로 꼽히던 프랑스 와인을 제치고 승리한 것이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미국인들은 자국 와인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고 미국 와인 산업도 번창할 수 있었다. 이번주 리빙앤조이는 한국의 나파밸리를 꿈꾸는 한국 와이너리들에 대한 이야기다. 수입 와인에만 길들여진 독자들의 입이 우리 와인을 통해 이 땅의 흙과 바람, 물과 햇빛의 맛을 볼 수 있기를 바란다. 한때는 점유율 70% 넘기도 "품질 낮다" 유통 업체 외면속 구색 갖춘 곳 하나로마트 뿐 머루 등 자생과일 원료 활용땐 세계시장서 경쟁력 충분 "샤도네이 보다 탁월" 평가도 원예연구소 포도연구센터에 따르면 우리나라 와인소비량은 2003년 2만22㎘에서 2007년 3만7,655㎘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중 수입 와인 비중은 2000년 50.5%에서 2007년 85.4%로 증가, 수입 와인이 국내 와인시장의 성장을 견인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프랑스, 이탈리아 등 정통 와인생산 국가들 뿐만 아니라 칠레, 호주, 미국 등 신대륙까지 국내에서 시장 쟁탈전을 벌이는 가운데 국산 와인이 설 자리는 더욱 좁아지고 있다. 이와 관련 안용갑 주류저널 편집국장은 “수입와인이 성장을 견인하는 국내 와인시장의 상황을 국산 와인 업체들이 역전시키지 못한다면 국산 와인은 국내 시장에서조차 외면 받아 생산기반 자체를 잃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 한국인이 한국와인 외면 와인이 전세계적으로 사랑받게 되면서 보통 여행을 가면 그 나라 혹은 그 지방의 와인 맛을 보는 것이 유행이 됐다. 때문에 나라마다 와이너리 투어가 인기를 끌고 각 항공사들은 노선마다 차별화된 와인서비스를 선보이며 각 취항지에서 생산된 와인을 제공하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이와는 조금 동떨어져 있다. 내국인들조차 국내에서 생산된 와인에 관심을 보이지 않다 보니 대한항공의 마주앙(두산주류)을 제외하곤 국내 취항 항공사들조차 기내에서 국산 와인을 서비스하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국산 와인은 품질이 떨어진다는 잘못된 인식을 대부분 가지고 있어 대형 할인마트들 조차 국산와인 판매를 꺼린다. 한국의 와인 전문가들과 와인 애호가들은 프랑스의 작황과 이탈리아의 햇빛, 칠레의 물에 대해 이야기 하면서도 이 땅에서 자라 빚어진 과실주에 대해서는 입에 올리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대해 안용갑 주류저널 편집국장은 “모든 와인이 저마다 생산지의 양분과 기후조건, 품종에서 고유의 맛을 낸다”며 “우리 포도주를 가지고 수입 와인에 비해 질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하는 건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또 “와인은 그 나라 그 지역의 풍토에서 나는 것으로 만들기 때문에 각자의 독특한 향미나 맛이 있는 것이며 한국 내에서도 밭에서 난 포도로 빚었는지 고랭지에서 자란 머루로 빚었는지에 따라 모두 색다른 맛을 내므로 고유의 특징에 관심을 가지고 이해하려는 마인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현실은 국산 와인을 판매하는 곳 조차 찾아보기 힘들다. 서울 시내 대형 할인마트 중 국산와인을 10종 이상 갖추고 있는 곳은 농협 하나로마트가 유일하다. 대부분의 대형 할인마트에선 저렴한 국산와인이 판매되고 있을 것이라는 일부의 인식과 달리 전국 116개 점포를 운영 중인 이마트 조차 “국산와인은 판매율이 저조해 입점시키지 않고 있다”고 할 정도다. ■ 마주앙부터 머루와인까지 우리 와인 시장이 수입산 일변도로 변하게 된 것은 언제부터일까. 88년 서울 올림픽 직전까지만 해도 국산 와인의 시장 점유율은 70% 이상에 달했다. 70~80년대 국산 와인이 견인한 와인시장의 성장률은 매년 10~30%를 기록했다. 70년대 초반까지는 일반가정에서 식용포도를 이용해 직접 포도주를 담그거나 공장에서 저급 포도주를 생산한 것이 대부분이었으나 67년 사과를 원료로 한 파라다이스가 등장하면서 최초의 과실주가 시판됐고 양조 포도주로는 74년 노블포도주가 생산됐다. 가장 많은 인기를 끈 것은 77년 두산주류에서 생산한 정통 고급 포도주 마주앙이다. 마주앙은 시판 당시부터 천주교 미사 봉헌주로 채택됐고 오늘날까지 생산되면서 국산포도주의 대명사가 됐다. 국산와인 위주로 승승장구하던 국내 와인시장은 80년대 말 주류 수입자유화로 와인이 수입되면서 상황이 역전됐다. 국산 와인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자 국내 와인 업체들은 외국의 벌크와인을 수입해 제품을 만들거나 외국의 와인을 OEM 방식으로 수입하게 됐고 포도농가들의 생산성이 떨어지자 정부는 농장을 폐쇄하도록 보조금을 내줬다. 국산 와인 생산은 정체된 가운데 대부분의 포도농가들은 캠벨얼리, MBA 등 생식용 포도만을 생산했다. 이로써 87년 236㎘에 그쳤던 와인 수입량은 88년 1,372㎘로 6배 증가했다. 수입량은 날로 늘어나고 FTA 체결 등으로 생식용 과일의 가격경쟁력이 떨어지자 90년대 중후반 들어 정부 및 지자체 지원으로 농민주 생산을 장려하면서 국산 와인 시장은 다시 전환점을 맞았다. 정부 지원에 힘 입어 현재까지 와인 생산 업체가 40여개로 늘어났다. 원재료 역시 포도에 그치지 않고 복분자, 감, 머루, 다래, 배, 사과 등 다양한 작물을 이용하게 됐다. 전세계 와인시장이 포도주 위주로 형성돼 있는데 반해 국내에선 생산ㆍ판매 모두 복분자가 절반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것도 특이한 점이다. 박교선 원예연구소 과수유전육종연구실장은 “다양한 포도품종으로 생산되는 수입와인에 맞서려면 국내 생산되는 양조용 과실의 종류도 다양해져야 하는데 국산 와인 생산이 복분자, 머루 등 국내 자생 과일을 이용해 만든다는 점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프랑스, 일본 등처럼 지역특산주로 기능을 하려면 소규모 와인 농가 위주의 참여도 더욱 늘어나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강병선 와인나라아카데미 양조과학과 교수는 “일본 어느 지역을 가든 그 지역 고유의 사케가 있는 것 처럼 우리도 지역 특화주 형태로 소규모 와인농가의 참여를 유도해 다양한 와인을 생산하고 관광자원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 한국 풍미 담은 와인으로 승부 와인 생산 후발주자로서 한국이 택할 수 있는 방법은 한국을 담은 와인을 개발하는 것. 김홍철 디오니캐슬와인 실장은 “어디든 그 땅과 기후조건에 맞는 과일은 자란다”며 “수입 와인에 자주 사용되는 카베르네 소비뇽 품종이나 샤도네이 같은 양조용 포도가 아니더라도 우리 고유의 품종을 이용해 맛을 낼 수 있다면 더욱 의미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디오니캐슬와인에서 생산되는 와인 중 다래를 양조해 만든 와인은 해외 품평회에서 열린 블라인딩 테스트에서도 “샤도네이 보다 청량감이 뛰어나고 달콤하다”는 호평을 받기도 했다. 와인의 원재료로 포도에만 집착하지 않은 결과다. 토양이나 기후가 포도 생산에 적합하지 않아도 명품 와인을 생산해 내 전세계적으로 사랑 받은 사례도 무수히 많다. 프랑스 샹파뉴 지역은 위도가 높아 가을철 기온이 상당히 낮고 수확기 일조량이 부족해 포도주 생산에는 적합하지 않은 지역으로 평가 받았었다. 게다가 포도를 수확한 후 발효 중에 기온이 낮아져 발효를 멈추고 잔당(殘糖)이 남은 채로 겨울을 맞게 됐고 이듬해 봄 다시 발효를 하면서 병이 터지는 일이 자주 발생했다. 그런데 이런 악조건을 역이용한 사람이 있었다. 1690년경 생피에르 수도원의 돈페리뇽(Don Perignon) 수사가 2차 발효과정에서 생긴 탄산 가스를 병 속에 붙잡아둘 수 있는 마개를 개발한 것. 탄산감이 생명인 샴페인은 전세계 사람들이 즐기는 샹파뉴 지역 고유의 술이 됐고 고급 와인에서도 빠지지 않는 명품 술로 통한다. 다른 지역에서 인위적으로 탄산 가스를 집어넣고 샴페인을 생산하지만 그 맛과 향까지 따라할 수는 없었다. 샴페인 외에도 독일과 캐나다의 아이스와인, 프랑스의 꼬냑 등은 악조건이 그 지역 특유의 맛을 내는 명품와인으로 발전된 예다. 우리 고유의 문화를 살린 국산와인을 마시면 서양 와인 일변도에서 벗어나 ‘와인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장한익 원예연구소 포도연구센터장은 “외국산 와인을 마시며 잘 알지도 못하는 와인 용어에 스트레스를 받는 것보다 우리 고유의 과실을 술로 마시며 우리 땅의 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며 “와인 문화는 이해하지 못한 채 입에 맞지 않는 외국산 와인을 억지로 즐기는 척 해야 하는 지금의 상황에서 국산와인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장 센터장은 “와인은 문화다. 프랑스나 이탈리아에서 저명한 누가 마신 와인, 유명인이 극찬한 와인이라며 와인을 홍보하듯 우리도 와인에 스토리를 입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햇와인을 팔기위해 보졸레누보가 타임 마케팅을 활용했듯 국산 업체인 와인코리아가 같은 시기 햇와인을 생산하며 샤또 마니 누보를 판매해 성공을 거둔 바 있다. 또 상당수의 와이너리들이 수확철을 맞아 지역 축제를 여는 것도 이 같은 스토리 마케팅의 일환이라고 할 수 있다. ▶▶▶ 관련기사 ◀◀◀ ▶ [리빙 앤 조이] 한국에도 와이너리가 있다 ▶ [리빙 앤 조이] 양조장 구경하고 와인 맛도 보고 ▶ [리빙 앤 조이] 추천! 한국와인 ▶ [리빙 앤 조이] 전국은 지금 축제중! ▶ [리빙 앤 조이] 가족과 함께 떠나는 펜션 여행 ▶ [리빙 앤 조이] 아침에 못 일어나는 아이 '음식' '스트레스' 탓 ▶ [리빙 앤 조이] 수능 한달 앞으로… 건강 관리법 ▶ [리빙 앤 조이] 시골 의사 박경철 혼자 웃는 김대리~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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