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경기 지표는 예상보다 더 나빴다. 재정경제부는 12월 산업활동동향 분석을 통해 “생산ㆍ소비ㆍ투자 등 대부분의 지표가 전월에 비해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조업일수의 감소와 지난 2005년 12월의 호조에 따른 기저효과 때문이라는 단서는 달았지만 경기둔화를 인정하기는 이례적이다. 재경부는 다만 “1월 산업생산은 설 명절 이동효과, 조업일수 증가 등으로 지표의 변동성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1월 산업생산지표가 괜찮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12월 지표로 ‘너무 비관만 하지 말라’는 것을 에둘러 표현한 셈이다. ◇생산ㆍ소비ㆍ투자 ‘트리플 약세’=실물 경기의 흐름을 알 수 있는 3개 축인 생산ㆍ소비ㆍ투자 모두 약세다. 현재의 경기를 어둡게 볼 수밖에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산업생산 증가율이 2.1%(전년동월비)에 불과한 가장 큰 이유는 반도체 등 주요 업종의 생산이 위축됐기 때문이다. 반도체 생산은 전년동월비 10.7% 증가해 11월 22.8%에 비해 절반 이상 축소됐고 영상음향 통신과 자동차가 각각 21.4%, 1.1% 감소했다.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79.7%에 불과해 둔화 모습을 확연히 보여주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최근 내놓은 경제동향 보고서에서 지난해 10월 이후 산업생산 증가세가 둔화되는 가운데 재고 증가세가 소폭 확대돼 수출 제조업 부문을 중심으로 경기둔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경기 위축국면이 지속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재고율은 전년동월 대비 6.4% 증가했고 제조업에 대한 재고율도 95.1%에 달했다. 이에 따라 선순환을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박종규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가처분소득 등 소득이 획기적으로 증가하지 않는 한 실질적인 경제상황이 나아지기는 어렵다”면서 “생산증가가 소득증가로 이어지는 경제의 선순환을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기 바닥은 언제=12월 산업활동동향은 앞으로 경기 바닥에 대한 논쟁을 더욱 심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겨우겨우 상승흐름을 이어가던 경기는 12월을 기점으로 하락으로 돌아섰다. 조만간 바닥을 형성할 것이라는 기대감은 사라진 셈이다. 오히려 상당기간 경기침체가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감도 팽배해지고 있다. 올해 경기가 상저하고(上低下高)의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상반기 내내 둔화 움직임이 지속될 가능성도 크다. 최인근 통계청 경제통계국장은 “지금은 경기 정점이나 저점을 거론할 시점이 아니다”고 말했다. 또 “동행ㆍ선행지수의 등락이 반복되는 현상은 올 상반기 내에는 지속될 것”이라는 분석했다. 재경부는 1ㆍ4분기 중 바닥을 형성할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물론 지난해 2ㆍ4분기와 4ㆍ4분기에 바닥을 형성했다는 견해도 있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은 “12월 거시지표는 이미 예상됐던 것”이라며 “경기는 지난해 2ㆍ4분기와 4ㆍ4분기 때 이중바닥을 형성한 것으로 보이는 만큼 앞으로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