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전기車로의 진화는 달 착륙보다 더 위대한 인류 발자취"

[서울포럼 2010 둘째날] 미래 자동차산업 기조연설<br>카를 한 폭스바겐 명예회장<br>자원고갈·환경변화 등이 미래 차산업의 주요변수<br>현대차 성장세 가장빨라 세계 1위자리 넘볼 수준

'서울포럼 2010' 자동차산업 세션에 참석한 패널들이 하이브리드카, 전기차 등 미래 자동차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있다. 카를 한(왼쪽부터) 폭스바겐 명예회장, 이현순 현대·기아차 연구개발 총괄부회장, 윌리엄 홀스타인 전 비즈니스위크 에디터, 변정수 만도 사장, 제임스 트리스 오토모티브 산업에디터. /이호재기자

"앞으로 '전기차'가 자동차 산업의 대세가 될 것입니다. 연소 엔진 자동차에서 전기차로의 이동은 달 착륙보다도 더욱 위대한 인류의 발자취로 남을 것입니다." 카를 한 폭스바겐 명예회장은 서울포럼 2010 둘째 날인 8일 신라호텔에서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재편, 자동차업계의 협업과 미래기술 동향'을 주제로 한 연설에서 이같이 전망했다. 오늘날 폭스바겐의 대명사가 된 'GOLF(골프)'를 세계적인 자동차 반열에 올려놓았다는 평가를 받는 한 명예회장은 "자원 고갈 및 기후 변화, 환경 보호 등이 미래 자동차 산업의 주요 변수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가솔린이나 디젤 엔진 자동차도 연료 소모를 줄이는 방법을 개발하며 잔존하겠지만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데 가장 효과적인 것은 바로 전기차"라고 말했다. 한 명예회장은 그러나 전기차가 대중화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소형차에 탑재되기에 아직 배터리가 크고 가격도 비싸기 때문이다. 그는 전기차로 빠르게 이동하기 위해서는 배터리 기술의 진화가 우선돼야 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 현재 만들어지는 전기의 50% 이상이 화석 연료에서 나오고 있지만 앞으로는 지열이나 원자력을 사용하는 소형 전기차가 인기를 끌 것으로 예상했다. 전기차 시장이 급부상하면서 기존의 전통적인 자동차업체들을 제치고 새로운 주자가 등장하거나 배터리 및 전기ㆍ전자, 화학업체들의 영향력이 커질 가능성에 대해서는 "자동차 산업의 진입장벽이 낮아질 수는 있겠지만 신규 업체들은 대량 생산의 경험이 부족하고 전세계적인 유통망이 없기 때문에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명예회장은 또 국가 및 지역 측면에서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지각변동 가능성도 제기했다. 그는 "지난해 국가ㆍ지역별 자동차 판매 기록을 살펴보면 지난 2007년에 비해 남미공동시장인 메르코수르가 19.9% 증가하고 인도 13.6%, 한국 11.8%, 중국은 55.2% 늘어나는 등 아시아와 남미 시장의 수요가 급증했다"고 말했다. 반면 미국은 35.6% 감소했으며 서유럽과 동유럽ㆍ일본 역시 12%와 40.9%, 13.9%씩 줄어들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인구 변화를 살펴보면 자동차 생산 및 판매를 점쳐볼 수 있다"면서 "아시아지역의 인구가 계속 증가하면서 중요한 시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는 2050년 전세계 인구가 90억명에 달하고 이 중 아시아인이 50억명 이상 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2008년 기준으로 인구 1,000명당 자동차 보유율에서 중국은 19대, 인도 7대에 그치고 있어 향후 성장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내다봤다. 또 전세계 국내총생산(GDP)의 70%가 신흥시장에 집중되고 있으며 중국과 인도에서 창출되는 GDP만도 40%에 달해 이 지역 국민들이 엄청난 구매력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이 몸담았던 폭스바겐이 일찌감치 중국의 성장 가능성을 예견하고 중국 시장에 조기 진출한 사실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폭스바겐그룹의 중국 내 생산량 추이를 살펴보면 1985년 1,700대로 시장점유율 23.7%를 기록했으며 2008년에는 140만대를 생산하며 점유율 16.5%를 기록하는 등 조기 진출의 혜택을 누리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 명예회장은 1982년 폭스바겐 회장에 취임한 후 '미국 이외의 시장에서 생존해야 한다'는 전략을 내세우며 중국에 진출해 세계적인 기업 폭스바겐의 기반을 닦은 공로를 인정받고 있다. 그는 각 국가 및 기업별로 자동차 판매 실적 측면에서도 큰 변화가 일고 있다며 이에 대응하기 위한 다각적인 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 명예회장은 "현대차의 순위는 8위에서 5위로 올라서며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면서 "한국은 자동차 세계 1위 자리를 넘보고 있을 정도"라고 극찬했다. 이 같은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빠른 변화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기업가 정신'이 필요하다고 한 명예회장은 강조했다. 또 대표적인 사례로 한국을 꼽았다. 그는 "오늘날 급부상하고 있는 기후변화, 에너지 고갈 등의 환경문제는 단일 기업이 혼자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면서 "자칫하다가는 과거의 1ㆍ2위 업체가 10년 안에 사라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그는 "아래에서 위로의 의사결정구조를 빠르게 변화시키면서 유연히 대처해야 하며 우수한 글로벌 인재를 영입해 이들의 아이디어를 공유하라"고 조언했다. 또 자동차업체들이 협력이나 동맹 결성 등을 통해 리스크를 공유하기 위한 노력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고 점쳤다. 또 "글로벌 마인드를 갖춘 기업가 정신을 발휘하고 협력을 통해 성장할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부가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노력하는 한국이야말로 기업가 정신을 보여주는 가장 좋은 사례"라고 덧붙였다. 한국 정부가 최근 녹색 자동차 산업을 신성장동력으로 개발하고 2013년까지 한국을 그린카 4대 강국으로 만들겠다고 발표한 점에 대해서도 한국의 친환경차 경쟁력 및 성공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 그는 "한국은 중국ㆍ미국ㆍ독일 및 다수의 유럽 자동차 국가들과 우호적인 경쟁관계를 유지하고 있어 미래가 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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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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