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정체로 고민하고 있는 국내 시중은행들에 외국인 고객이 새로운 먹거리로 부상하고 있다. 지금까지 국내은행의 글로벌 전략이 신흥국가에 진출해 현지에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이른바 '아웃바운드' 전략에 국한됐다면 국내 거주 외국인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인바운드 전략이 틈새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외국인 고객을 유치하면 계좌 수를 늘린다는 이점 외에 비이자수익 확대에도 큰 도움이 된다.
12일 통계청에 따르면 2012년 말 현재 국내 체류외국인은 142만5,000여명으로 2007년(107만명) 이후 5년 만에 40만명이 늘었다.
시중은행 중에서 외국인 대상 영업이 가장 활발한 곳은 외환은행이다. 지난해 말 현재 외환은행의 외국인고객수는 77만5,000명으로 시장점유율은 50%가 넘는다.
외환은행은 2007년 외국인 특화상품인 'esay-one송금서비스'에 대한 특허를 취득한 후 영업을 강화해오고 있다. 2012년 말 현재 이 서비스를 통한 누적 공금건수는 22만8,700여건(누적금액 34억5,000만달러)이다.
외환은행은 상반기 내로 금융과 비금융 서비스를 포괄하는 종합서비스 상품을 새롭게 출시할 예정이며 5월 말까지 11개 언어가 지원되는 외국인전용 홈페이지도 개설하기로 했다.
외환은행의 한 관계자는 "글로벌 영업이라 하면 밖으로 나가는 아웃바운드 전략만 생각하기 쉬운데 국내에 체류하고 있는 외국인은 인바운드 글로벌 전략인 셈이다"며 "포화상태인 국내 은행시장에서 외국인 체류자는 틈새시장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고객의 또 다른 장점은 비이자수익을 강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외국인고객은 예금보다 송금을 주로 이용하기 때문이다. 내국인처럼 대출장사를 할 수는 없지만 송금이나 환전 등을 통해 수수료 수익을 늘릴 수 있다. 국내 은행의 고질적인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이자수익 편중현상을 완화할 수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경쟁은행들도 잇따라 외국인 대상 영업을 강화하고 있다.
기업은행의 경우 시중은행 중 처음으로 다문화가정 결혼이주민을 채용해 영업현장에 배치했다. 주요 산업공단을 중심으로 외국인 고객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면서 이를 선점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다.
외환은행은 주중에 은행을 찾기 어려운 외국인 근로자를 위해 대림역ㆍ원곡동ㆍ퇴계로 등에 총 12개의 일요일영업점도 운영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달 17일 안산 원곡동 소재 다문화 특구지역에 이동점포를 보내 외국인 근로자를 대상으로 은행 업무 및 맞춤형 개별 금융상담을 진행해 큰 호응을 얻었다. 지방은행 중에선 경남은행이 결혼이민자와 외국인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영업을 강화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앞으로도 외국인 체류자는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어 은행들 간의 유치경쟁이 치열하게 펼쳐질 것"이라며 "성장 정체로 고민하고 있는 은행들에 있어 나름의 틈새시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