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특혜시비를 피하기 위해 생명보험사 상장에 따른 자본이득 가운데 상당분을 계약자들에게 돌리겠다는 방안을 추진중이지만 현행 규정상으로는 나눠줄 방법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생보사 상장 이익을 적절하게 배분하기 위해서는 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교보생명은 상장이 허용되면 현재 자본금의 30% 가량 유상증자를 실시, 일반 청약분 가운데 일부를 계약자들에게 배정하겠다는 입장. 반면 삼성생명은 주식발행 초과금(배정가격과 액면가의 차액)을 고객들에게 나눠주겠다는 구상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현행 규정상 보험 계약자에게 일반 청약을 통한 신주를 배정할 수 없을 뿐더러 주식발행 초과금도 용도가 제한되어 있어 계약자에게 지급하기 어려운 것으로 드러났다.
◇주가상승 이익 나누기가 핵심= 물론 삼성생명과 교보생명이 자산 재평가를 통해 평가차익을 낸다면 이 가운데 85%가 계약자 배당으로 돌아간다. 교보생명의 경우 지난 상반기 자산 재평가를 통해 4,797억원의 평가익을 낸 상태. 이에 앞서 삼성도 주가 70만원 산정의 근거로 2조7,000억원 가량의 자산평가익(잠정치)을 내세웠다.
그러나 특혜시비로 악화된 국민 정서를 달래기 위해서는 수조원으로 추정되는 상장 이후 주가상승 이익 가운데 일부를 털어 계약자들에게 배분할 수 밖에 없다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일반공모 방식= 비상장사가 기업공개를 하기 위해서는 기존 자본금의 30% 이상 유상증자를 일반공모방식으로 실시해야 한다. 이는 주식소유 분산을 위한 것. 오는 8월부터 실시되는 새로운 기준에 따라 우리사주조합에 20%, 기관투자가에 30%, 일반 청약에 50%를 각각 배정하게 된다.
교보의 아이디어는 이 가운데 일반 청약분을 계약자들에게 최대한 돌리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공모주를 계약자에게 우선 배정한다는 발상은 일반 공모의 취지에 어긋나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증권거래소 관계자는 『유상증자를 할 때 일반공모 방식을 적용하는 것은 특수관계인에게 증자분이 돌아가지 못하도록 한 것인데 계약자도 해당기업과 특수관계인이므로 공모에 참여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위법소지가 높은 셈이다.
◇주식발행 초과금 배분 방식= 삼성생명은 아직까지 『주가 상승에 따른 이익은 주주의 몫이기 때문에 계약자와 나눌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이건희(李健熙)회장이 주당 9,000원에 인수한 주식이 수십만원으로 둔갑, 수조원의 차익을 낼 경우 예상되는 여론의 눈총을 감안해 성의표시를 하지 않기 어려운 입장이다.
이에 따라 삼성은 계약자들에게 주식은 못주지만, 증자를 하면서 일반 투자자들에게 주식을 팔아 남긴 이익(주식발행 초과금)을 배분해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현행 규정상 주식발행 초과금은 자본전입이나 결손보전으로만 사용할 수 있어 계약자에게 돌아갈 수 없다. 자본 전입분으로 액면가에 무상증자를 할 수는 있으나 이는 기존 주주의 몫이다.
◇특별법 밖에는 대안이 없다= 상황이 이처럼 복잡하게 얽힌 것은 지난 80년대말 정부가 생보사 상장을 처음 계획했을 때와 상황이 크게 달라졌기 때문이다. 당시만 해도 삼성과 교보의 자본금은 수십억원에 불과했고 흑자규모도 크지 않아 자본이익 배분이 한결 수월했다. 정부와 생보사들은 공청회를 통해 자산평가 이익만을 주주와 계약자가 나누는 것으로 이익배분 논란을 매듭지을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이들 기업이 수십조원의 자산을 가진 「화수분」으로 거듭난데다 매년 수백억원의 이익을 내고 있어 파이가 크게 불어난 상황. 금융당국은 『계약자들에게 많은 이익이 돌아가도록 강구하겠다』는 원칙만 내세울 뿐 어디서 돈을 떼내 나눠야할지 감을 못잡고 있다.
전문가들은 『각종 규정이 계약자 몫을 챙겨주는데 방해가 된다면 특별법을 제정해서라도 얽힌 매듭을 풀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한상복 기자 SBHAN@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