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왕은 박 대통령에게 모두 4가지 선물을 전달했다. 대영제국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엘리자베스 1세 여왕의 대형 초상화와 은쟁반, 여왕 내외의 사진이 들어 있는 은제 사진틀 2개, ‘바스 대십자 훈장(Grand Cross of the Order of the Bath)’등이었다.
엘리자베스 1세 여왕 초상화는 박 대통령이 평소 롤 모델로 삼고 있는 정치지도자라는 점에서 영국 왕실에서 특별히 배려해 선물 목록에 포함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은 고마움을 표시하면서 여왕에게 궁중음식을 담는 구절함과 최상급 홍삼으로 통하는 천삼(天蔘)을 전달했다. 여왕의 부군인 에든버러공에게는 전통공예품인 옻칠수국문함을 선물했다.
이날 픽처갤러리에는 루벤스, 렘브란트, 반다이크 등의 상시 전시돼 있는 미술품 외에도 박 대통령을 배려하기 위한 특별 전시품도 진열됐다. 엘리자베스 1세 여왕의 소장품과 초상화, 빅토리아 여왕 시절 고종이 보낸 전신, 엘리자베스 2세가 1999년 한국을 방문했을 때 선물받은 자개함과 인형, 당시 하회마을 방문 때 받은 하회탈 등의 선물과 김대중 전 대통령의 ‘한영 우호친선’ 친필 붓글씨 액자, 전두환 전 대통령이 수여한 무궁화대훈장 등이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저녁 버킹엄궁 볼룸에서 열린 여왕 주재 국빈만찬에서 다시 한번 극진한 영접을 받았다. 만찬장에는 길이가 30m나 되는 테이블이 놓였고 장미꽃 장식으로 향기가 가득했다. 여왕은 흰색 드레스에 왕관을 썼고 박 대통령은 짙은 주황색 저고리와 꽃무늬가 그려진 아이보리색 치마의 한복에 여왕에게 수여받은 바스 대십자 훈장을 맨 차림이었다.
만찬메뉴로는 바다송어를 비롯해 여왕의 사냥터에서 잡은 꿩 구이, 다양한 계절채소, 속을 채운 양배추, 감자요리, 샐러드 등이 선보였고 후식으로 초콜렛과 배를 넣은 타르트 등이 올라왔다. 영국산 로제를 비롯해 5병의 와인이 만찬분위기를 돋우었다.
식사를 하는 동안 비발디의 콘체르토 작품 3번과 알비노니의 아다지오 등 16곡이 잔잔하게 흘렀고 백파이프 공연도 열렸다.
여왕은 만찬사에서 “수교 130주년인 올해 박 대통령의 국빈 방문을 다시 한번 환영하고 양국이 진정한 동반자 관계로 발전했음을 기쁘게 생각한다”며 “영국군의 한국전 참전을 통해 쌓아올린 연대감을 바탕으로 양국은 한반도와 국제사회의 평화를 위해 함께 협력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영어로 답사를 했다. 박 대통령은 “여왕의 국빈 초청에 사의를 표하고 양국 수교 130주년과 정전 60주년인 올해 영국을 방문하게 돼 뜻깊게 생각한다”며 “영국왕실이 국가를 위한 높은 의무감을 보여줌으로써 국가의 구심점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을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또 “유서 깊은 문화에 기반을 둔 영국의 선도적 창조산업 분야의 경험과 한국의 창조경제가 서로 협력해 신성장동력으로 발전시켜 나가자”며 ‘우리의 미래는 별을 보고 바랄 것이 아니라 우리 자신에게 달려있다’는 영국의 문호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말을 인용했다.
박 대통령은 6일 오전 랭카스터 하우스에서 열린 한ㆍ영 글로벌 CEO 포럼에 참석해서는 창조경제를 설명하면서 영국 왕실의 왕자도 가수 싸이의 말춤을 추더라고 소개해 좌중의 웃음을 자아냈다. 박 대통령은 “영국 왕실의 왕자(여왕의 셋째 아들인 에드워드 왕자의 다섯 살 된 아이) 한 분도 싸이의 말춤을 잘 춘다고 한다”면서 “영국 왕실에까지 싸이춤이 들어왔다는 얘기를 듣고 많이 웃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에만 한ㆍ영 글로벌 CEO 포럼 참석 및 정상회담 오찬, 임페리얼대학교 방문, 동포간담회 참석, 런던 한국영화제 특별시사회 참석, 로드 메이어 런던시장 주최 만찬 참석 등의 일정을 소화하는 등 강행군을 이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