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가 일본 극우단체인 `일본재단'의 자금 100억원을 받아 10년 간 연구기금으로 운영해 물의를 빚고 있는 가운데 고려대도 한때 상당기간 이 재단의 돈을 받아 장학재단을 조성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31일 고려대에 따르면 이 학교는 1987년 일본재단에서 1억2천950만엔(10억원 상당)을 받아 일본재단의 설립자인 A급 전범 사사카와 료이치(笹川良一)의 이름을 딴`사사카와 영-리더(Young-Leader) 장학금'을 만들었다.
익명을 요구한 대학 관계자는 "20년 가까이 된 일이라 구체적인 금액까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일본재단의 돈을 일부 받은 것은 사실"이라고 시인한 뒤 "그러나 현재는 사사카와 영-리더 장학금이 폐지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고려대는 일본재단에서 받은 돈의 이자로 대학원생에게 최근 2∼3년 전까지 10여년 간 이 장학금을 지급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이후 일본재단은 1995년 연대에 100억원을 기부하기 전에 고대에도 같은 제안을 해왔지만 극우재단이라는 이유로 거부했다"고 덧붙였다.
고려대의 다른 교수는 "1980년대 말부터 일본재단이 한국의 유명 대학 교수에게 전화를 일일이 걸어 연구비 지원 제안을 해와 실제 일부 교수가 그 돈을 받기도 했다"고 말해 국내 학계에 일본재단의 자금이 상당히 깊숙이 침투했음을 시사했다.
일본재단은 전범인 사사카와 료이치가 경정(競艇) 사업으로 막대하게 번 돈으로 세워진 법인으로, 현재 핵심운영진이 일본 역사교과서 역사의 `주범'인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의 회원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재단 홈페이지에 따르면 이들은 연세대와 고려대를 비롯해 수재의연금ㆍ복지단체 기부, 국제정치학회 서울대회 조직위원회 지원 등 1973년부터 30여년 간 국내에 꾸준히 `기부'라는 명목으로 자금지원을 해왔다.
(서울=연합뉴스) 강훈상ㆍ양정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