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이달의 과학기술자상] 전장수 광주과학기술원 교수

연골퇴행 원인·과정 첫 규명… 관절염 치료제 개발 길 열어

아연 과다섭취가 관절염 유발

몸속 아연수송체 단백질인 'ZIP8' 억제물질 개발 나서

연골퇴행 과정 모식도. ZIP8이라는 아연이온 수송체 단백질이 많아지면 이로 인해 연골세포로 아연이온이 유입돼 MTF1이라는 아연-의존성 전사인자가 활성화된다. 활성화된 MTF1 전사인자는 연골 기질 분해효소인 MMP 등의 발현을 유도해 퇴행성 관절염을 일으킨다.


고령화 시대에 접어들면서 무릎 등 관절에 불편을 겪는 사람이 집안에 한 명쯤 있는 것은 매우 흔한 일이 됐다. 실제 우리나라 통계에 따르면 55세 이상 인구 가운데서는 80%, 70세 이상 인구에서는 거의 모든 사람이 퇴행성 관절염 환자다.

하지만 아직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퇴행성 관절염이 특정 원인에 의해 발생하는 '질병'이 아니라 나이가 들면 누구나 겪는 '현상'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다. 예방의 대상이 아니라 노인이 되면 피할 수 없는 신체 변화로 생각하는 것. 그동안 발병 원인을 몰랐다 보니 지금도 문제가 생기고 나서야 연골보호제, 인공관절 수술 등 비 근본적 치료로 해결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8월 과학기술자상 수상자로 선정된 전장수(54·사진) 광주과학기술원 교수는 바로 그 연골 퇴행과 퇴행성 관절염의 발병 원인·과정을 세계 최초로 밝혀낸 과학자다.

◇아연 과다 섭취가 퇴행성 관절염 원인=그의 연구가 치료제 개발까지 이어질 경우 먼 미래에는 할아버지·할머니들이 앉았다 일어날 때마다 무릎을 부여잡는 일이 더 이상 당연한 일이 아니다. 초고령화 사회가 촉진될수록 더욱 빛을 발하는 연구성과인 셈.

전 교수는 지난 2011년부터 연구를 시작해 지난해 12월께 마침내 아연 과다가 퇴행성 관절염의 원인이 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전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우리 몸 속의 ZIP8 단백질이라는 금속이온 수송체가 퇴행연골에서 과하게 많아지면 연골 세포 내 아연 유입도 크게 증가한다. 또 세포로 들어온 아연은 MTF1이라는 의존성 전사인자의 활성화를 유도하고 MTF1는 연골 기질 분해효소인 MMP와 ADAMTS 단백질을 크게 늘려 관절염을 유발한다.


전 교수의 연구 이전까지는 아연이 퇴행성 관절염에 작용한다는 연구가 세계적으로도 전혀 없었다.

관련기사



아연이온은 생명현상 유지에 필수적인 무기 이온으로 성장기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며 성인이 된 후에도 수많은 단백질 활동의 매개체가 된다. 그러나 섭취가 과해질 경우 고령자에게는 연골 약화의 근원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이 같은 연구결과로 퇴행성 관절염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비교적 명확해졌다. 세포막에 직접 약물을 침투시키는 것은 현재로서는 매우 어려운 방법이기 때문에 세포막을 표적으로 삼아 아연수송체 ZIP8의 발현을 억제하는 쪽으로 치료제를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 교수는 "일반적인 음식물 속에 포함된 만큼의 아연은 큰 문제가 안 되겠지만 약물·건강식품 등 아연이 특이하게 많이 포함된 물질을 섭취할 경우에는 퇴행성 관절염을 앞당길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기존 연구를 더 발전시켜 퇴행성 관절염 메커니즘을 구체화하고 ZIP8을 억제하는 물질을 개발하는 작업에 매진하고 있다.

◇생명과학은 창의력 요구하는 분야=전 교수는 우리나라에 연구기반이 채 잡히지도 않았던 1979년 생물학과에 입학, 미국 유학 후 1994년부터 무려 20년간 관절염 관련 기초연구만 해왔다. 열악한 지원 속에서 연구를 시작했지만 오랫동안 한 우물만 판 끝에 최근 들어 값진 성과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그는 "대학 입학할 당시만 해도 생물학과를 나오면 선생님이 되는 것 외에는 취업이 거의 안 됐다"며 "군대에 있을 때 공부를 제대로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한 게 지금까지 연구자의 길을 걷게 되는 계기가 됐다"고 웃으며 말했다.

생명과학 하면 암기가 중요한 거 같지만 그의 생각은 아니다. 창의성을 매우 많이 요구하는 분야라는 것이다. 보통 고등·대학교 과정에서 생물은 수학·물리 등과 달리 암기과목처럼 공부하는 경우가 많은데 실제 연구 과정에서는 결론을 열어놓고 하다 보니 호기심과 창의성이 필수적이라는 것.

전 교수는 "학교에서 어쩔 수 없는 이유로 생물 분야를 암기 과목처럼 가르쳐 일찌감치 싫증을 느끼는 학생이 많은 것 같다"며 "그러나 생물은 물리처럼 법칙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고 종마다, 세포마다 원인과 결과가 모두 달라 정형화된 사고 방식을 반드시 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