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두산그룹주 먹구름

두산건설 2년 만에 대규모 유상증자<br>중공업 재무 부담 커져<br>인프라코어·엔진 등 하락


부동산 경기 침체로 보릿고개를 겪고 있는 두산건설이 2년 만에 유상증자로 자금 조달에 나선다. 두산건설의 유상증자는 최대주주인 두산중공업이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야 된다는 것을 뜻한다. 두산중공업은 두산그룹의 핵심 기업이다. 두산중공업도 자금 사정이 여의치 않다는 점에서 두산그룹주 전체에 대한 투자심리가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1일 유가증권시장에서 두산건설은 11.04%(370원) 떨어진 2,890원에 장을 마치며 4일만에 하락했다. 두산건설의 최대주주인 두산중공업도 8.06% 하락한 4만2,800원에 거래를 마쳤고 두산인프라코어(-3.73%), 두산엔진(-4.82%) 등 두산 그룹주들이 모두 미끄러졌다. 두산그룹의 모회사인 두산도 3.89%% 떨어졌다.


이날 두산그룹주가 일제히 하락한 것은 지난 2011년 유상증자를 단행한 두산건설이 2년만에 또 다시 유증에 나선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두산건설은 다음주 초 이사회를 열고 유상증자 건을 승인할 계획이다. 규모는 3,000억~5,000억원으로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증자를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건설의 최대주주는 두산중공업(72.74%ㆍ1억 2,618만주)으로 보유지분율 만큼 증자에 참여한다고 가정할 때 두산중공업이 출자해야 하는 금액은 2,100억~3,500억원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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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종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예상치 못한 유상증자 소식으로 두산건설의 재무구조가 악화됐다는 사실이 부각됐다”며 “두산건설이 유상증자를 실시할 경우 두산중공업도 상당한 금액의 자금을 투입해야 해 두산그룹 전체로 리스크가 퍼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면서 주가가 일제히 떨어졌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두산건설이 2년만에 유상증자 카드를 꺼내든 것은 악화된 재무구조 때문이다. 두산건설의 당기순이익은 지난 2011년 1ㆍ4분기 이후 7개 분기 연속 적자의 늪에 허덕이고 있으며 올해 6월까지 상환해야 하는 회사채 만기 물량만 3,000억원에 이른다. 건설업 불황과 악화된 재무구조 탓에 회사채 발행마저 쉽지 않다.

특히 두산건설이 흔들리면 두산중공업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두산중공업은 지난 2011년 두산건설 보유주식을 담보로 교환사채(EB) 2,200억원어치를 발행해 두산건설 유상증자에 전액 투입한 바 있다. 두산중공업의 작년 신규수주 실적은 약 6조원에 그쳐 당초 목표치였던 10조8,000억원에 크게 미달한 수준이다. 가뜩이나 실적 개선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대규모 자금을 출자하면 더 이상 두산중공업도 안전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성 연구원은 “두산건설이 두산그룹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작지만 두산중공업과 긴밀히 연결돼 있다”며 “유상증자의 유무에 관계없이 당분간 두산그룹주 수급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유상증자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두산그룹주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란 견해도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증자가 성공리에 완료되면 두산건설의 부채비율이 300%에서 200%로 떨어질 것”이라며 “대주주인 두산중공업과 두산그룹주에 대한 재무리스크가 완화돼 투자 심리가 회복될 수 있다”라고 전망했다. /


한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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