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개편이 아니라 ‘개혁’이 맞는 표현일 겁니다.” 주택공사가 28일 단행한 조직개편에 대한 한 직원의 반응이다. 주공의 이번 조직개편의 핵심은 ‘직능별’ 조직을 ‘사업별’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이번 조직개편으로 그동안 각 공종별로 나뉘어 있던 부서는 사업 부문, 즉 주거복지ㆍ임대주택ㆍ도시개발ㆍ개발사업ㆍ도시재생 등 각 본부 아래 ‘헤쳐 모여’식으로 분산배치된다. 주공이 이처럼 45년간 유지돼온 기존 직능별 조직을 대대적으로 수술하고 나선 것은 기존의 조직 체계로는 급격히 확대되는 사업영역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는 위기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제한된 인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해 정책사업 수행역량을 강화시키기 위한 것”이라는 게 주공 측의 설명이다. 이와 함께 사업특성별로 재편된 각 사업 부문에 6명의 상임이사를 재배치해 사장과의 경영계약을 통해 ‘책임경영’을 달성하겠다는 의지도 담고 있다. 박세흠 주공 사장은 “이번 조직개편을 통해 기존 사업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도지재생ㆍ신사업 등 신규 인력 수요를 상당 부분 흡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내부적으로는 이번 조직개편에는 그동안 뿌리깊게 유지돼온 직능별 조직의 폐해를 개선하겠다는 포석도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기존의 주공 조직도를 들여다보면 철저하게 공종별로 분화돼 있었다. 토목ㆍ설계ㆍ기계 등 처 별로 다시 세부 직종별로 나뉘어 유지돼오다 보니 공종별 업무 단절과 집단이기주의가 만연해 왔던 게 사실이다. 지역본부 역시 이 같은 상황은 마찬가지다. 사업별이 아닌 공종별로 조직이 이뤄져 있다 보니 사업의 원활한 추진보다는 각 공종별 조직의 이해에 이끌려 다니는 문제점이 반복돼 왔던 것. 주공 안팎에서 이번 조직개편을 ‘개혁’이라고 평가하는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주공의 이번 조직 대수술의 성공 여부는 좀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형식적인 조직 개편으로 45년간 유지돼온 공기업의 틀을 쉽게 바꿀 수 있을지 여부에 대해서는 여전히 유보적인 시각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한 공기업 직원은 “조직의 비효율성 문제는 주공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사실상 대부분 공기업에 공통된 문제”라며 “조직개편이란 하드웨어 못지않게 개별 조직의 ‘집단이기주의’를 깨뜨리는 노력이 뒷받침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조직개편이 최고경영자(CEO)의 의지에 따른 ‘위로부터의 개혁’이라는 점도 관심사다. 이에 대해 주공 관계자는 “초기에는 노조의 반발도 컸지만 꾸준한 설득을 통해 직원들의 공감대를 얻어냈다”고 설명했다. 민간 건설업체 CEO 출신으로 지난 3월 취임 후 대대적 ‘조직 개혁’의 깃발을 든 박세흠 사장의 모험이 성공할지 여부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