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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1월 개정, 시행된 법률에 추가로 발의된 개정안만 벌써 약 14건에 달하는 법안이 있다. '골목상권 부활'을 목표로 대형마트 등의 영업규제를 담은 '유통산업발전법'이 그것이다.
시행 이후 만만찮은 파문을 불러일으켰으니 보완 내용이 대다수인가 싶지만 실제로는 주 4회 휴업, 오후9시 영업종료 등 강화된 내용이 주류다. 서울시까지 담배ㆍ술ㆍ라면 등의 대형유통업체 판매를 금하는 방안을 추진하며 힘을 더해주고 있다.
최근 정부 주도의 용역 설문조사에서 대형마트 영업금지가 재래시장 매출을 살리기는커녕 되려 줄인다는 결과가 나왔지만 영업제한식의 마트 규제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부처와 정치권의 시각마저 엇갈리고 있음에도 여야 모두 강도 높은 규제안에 동의하는 이유로 전문가들은 서민들의 현실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의 전형'을 들고 있다. 어쩌면 정권 중반기 이후 급부상한 동반성장 화두나 '연 평균 7% 성장'등을 필두로 했던 현 정권의 핵심공약인 '747'역시 같은 맥락인 것 같다. 중기적합업종 선정 등 '상생'화두는 유통가에서 '두부는 안 되고 콩나물은 된다'는 식의 해프닝으로 희화화되기도 했다. 연 7% 성장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산출한 한국의 잠재성장률(최대 가용성장률)인 4~5%를 훨씬 초과한다. 우리로서는 '경기 과열'에 의한 심각한 물가상승과 이에 따른 불황 진입 등을 먼저 우려해야 하는 수치였던 셈이다.
당시 적정 성장률을 유지하고 있지만 왜 가계는 가난한지가 화두로 부상했다고 한들 우리의 오늘은 달랐을까. 정치권은 그저 국민이 듣고 싶어했던 말만 했던 건지도 모른다.
청년고용, 가계 빚 등 시급한 국민적 과제를 뒷전으로 한 채 초등생 무상급식 카드로 서울시장 교체를 이뤄낸 야권의 행보 역시 포퓰리즘의 테두리에서 크게 벗어나 보이지 않는다.
추석을 앞두고 본격적인 대선 정국이 시작됐다. '말의 성찬'이 폭증하는 시기도 다시 개막한 셈이다. 우리는 합리적인 대안 대신 대중의 정서에 호소하는 정책이 낳은 결과를 이미 십분 경험하고 있다. 유권자들이 성숙한 민의로 비전과 허위를 구분해 숱한 피 뿌림으로 이뤄낸 '아시아 최고'민주주의 국가의 위상을 스스로 입증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