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현 조세조약 문제점은

美펀드 수천억 양도차익에도 세금 안내<br>뉴브리지캐피털, 제일銀매각때 국민적 논란 불러

한미조세조약의 불평등 논란은 마이클 잭슨부터 론스타에 이르기까지 지난 10년간 국내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르면서 꾸준히 개정이 필요하다는 논의가 있어왔다. 무엇보다도 국내에 진출한 외국계 펀드들이 수천억원의 주식 양도차익을 거두면서도 국내에 세금은 한 푼도 내지 않는 것에 대해 정부가 이렇다 할 과세근거를 마련하지 못하면서 논란은 더욱 불거졌다. IMF 외환위기 당시 무차별적으로 국내 기업과 은행을 '사재기'했던 미국 투기자본들은 한미조세조약을 근거로 국내 조세망을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갔다. 대표적인 사례가 제일은행 매각으로 막대한 이익을 거둔 미국계 사모펀드 뉴브리지캐피털. 지난 2000년 4,500억원을 투자해 제일은행을 매입한 뉴브리지캐피털은 5년 뒤인 2005년 지분을 영국 스탠다드차타드은행에 매각하면서 무려 1조1,511억원의 차익을 거뒀다. 그러나 한미조세조약 16조에 따라 세금은 내지 않았다. '미국인이나 미국 법인이 한국에서 자본적 자산 매각, 교환 또는 기타의 처분으로부터 발생하는 소득'에 대해 우리 국세청이 과세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론스타의 스타타워 빌딩 매각 차익은 과세가 이뤄졌다. 2005년 당시 국세심판원은 "자산 중 부동산 비율이 50%를 넘으면 원천지국에서 과세할 수 있다"는 논리(주식양도차익이 아니라 부동산 양도차익)를 들어 론스타에 과세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부동산에 국한된 과세이고 은행이나 여타 법인 등에 적용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언제라도 양도차익 비과세를 명시한 '한미조세조약 16조'를 내세워 미국 자본이 이른바 '먹튀'할 수 있는 길은 여전히 열려 있는 셈이다. 한 세법 전문가는 "우리가 아무리 억울하다고 해도 미국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현실적으로 대안은 없다"며 "조세조약 개정 문제는 상대가 있는 만큼 우리가 아무리 불평등하다고 여겨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난관이 많다"고 말했다. 반대로 지적재산권 사용 대가로 지급되는 '로열티'에 대한 세율 문제는 미국이 우리에게 요구하는 내용. 현행 한미조세조약에서는 로열티 사용대가가 실제 지급된 장소(한국)에서 먼저 과세권(원천징수)을 갖도록 하고 있다. 즉, 삼성전자가 CDMA 원천기술을 가진 미국 퀄컴사에 로열티를 지불할 때 세금을 먼저 한국에 내야만 한다. 그리고 미국은 나머지 세금을 걷는다. 따라서 우리가 세율을 낮춰 사용료를 적게 거두면 미국은 더 많은 세금을 걷을 수 있다. 8년 전 협상에서 미국은 지적재산권 권리가 있는 곳(미국) 이 먼저 과세하기를 요구하고 있지만 우리는 현행 내용을 유지하길 바라고 있다. 주식 양도차익 과세와 관련, 우리 정부는 2001년까지 4차에 걸친 개정 협상을 통해 미국과 타협점을 찾아왔다. 당시 외교통상부의 한 관계자는 "우리가 일본 등과 체결한 조세조약에서는 주식 양도소득에 대해 소득 원천지주의를 관철한 경험이 있다"며 "미국은 거주지국 과세원칙을 고집하고 있지만 잘 설득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협상의 가장 민감한 분야지만 우리 정부는 과거 뉴브리지캐피털ㆍ론스타 사례가 여론의 공분을 샀던 점을 감안해 꾸준히 미국 정부를 설득하겠다는 입장이다. 박훈 서울시립대 교수는 "미국이 한번 확보된 과세권을 쉽게 포기하기를 바라는 것은 무리"라며 "국수주의적 시각의 접근을 버리고 지난 30여년간 국제조세 분야에서 새롭게 제기돼온 이슈를 면밀하게 분석해 상호주의 원칙에 입각해 문제를 다뤄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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