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이호왕박사] 자서전 '한탄강의 기적' 펴내 화제

지난 76년3월 한탄강 유역 동두천읍 송내리에서 병원체 하나가 발견됐다. 세계의학계가 50년 동안 풀지 못하던 수수께끼가 풀리는 순간. 발견 병원체는 바로 「유행성 출혈열 바이러스」. 그리고 발견자는 이호왕 박사였다.이 병원체는 발견장소 이름을 따 나중에 「한탄 바이러스」로 명명됐다. 이 발견에 대해 선진국은 물론 국내 의학계도 선뜻 믿으려 하지 않았다. 수도·전기 조차 제대로 안돼있는 후진국에서 그런 「기적」은 있을 수 없다는 이유 때문. 그러나 6년 뒤 세계보건기구(WHO)는 발견자 이호왕박사를 「유행성 출혈열 연구협력센터」소장에 임명, 그가 유행성 출혈열의 최고 권위자임을 인정했다. 기적 탄생의 주인공이었던 이호왕(71)박사가 자신의 생애와 연구실적을 담은 자서전 「한탄강의 기적」(시공사 간)을 펴냈다. 연구논문 이외의 글은 학문발전에 도움이 안된다는 지론을 간직해온 그가 처음 낸 일반독자용 단행본을 낸 것. 그가 병원체를 발견한 유행성출혈열은 금세기 초부터 유행한 정체 불명의 괴질이었다. 1,2차 세계대전 때 군인 수천명이 이 괴질로 목숨을 잃었다. 특히 한국전 때 철의 삼각지에서 싸우던 유엔군 3,200명도 이 병을 앓았다. 이에 미국은 유행성출혈열 대책위를 구성하고 대대적인 연구에 나섰으나 별무성과로 끝났었다. 그런 이 난제를 푼 사람이 바로 이박사였던 것. 그는 연구를 시작한 지 7년만에 한탄강 유역의 들쥐에서 병원체를 발견하는 데 성공, 세계의학사에 신기원을 이룬 것이다. 연구기간 동안 들쥐 채집원이 출혈열에 걸려 죽을 뻔했는가 하면 연구비 중단으로 연구를 중도포기해야 할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그는 병원체 발견에 그치지 않고 세계 최초로 유행성 출혈열 진단 키트를 개발(89년)하고 급기야 90년에 유행성 출혈열 예방백신인 「한타박스」를 개발함으로써 세계를 유행성 출혈열 공포에서 구해냈다. 이박사는 이번 저서에서 한탄 바이러스를 발견하기까지 겪었던 숱한 시행착오와 험난했던 연구생활, 나라가 가난해 미국 연구비를 지원받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녔던 설움, 병원체 발견사실을 믿으려 하지 않았던 국내외 학계의 냉담한 반응 등을 생생하게 들려주고 있다. 이박사는『모든 여건이 선진국에 비해 열악한 한국에서도 얼마든지 훌륭한 연구업적을 쌓을 수 있다는 것을 후배들에게 보여주는 한편 정부와 국민이 과학자와 과학지망생들을 아끼고 사랑해 세계적 업적이 나올 수 있게 도와달라는 뜻에서 이 책을 썼다』고 밝혔다. 노벨의학상 후보로까지 거명되는 그는 서울의대를 졸업하고 미국 미네소타대에서 의학박사 학위를 받은 뒤 귀국, 서울의대·고대의대 교수에 이어 현재 아산생명과학연구소 소장으로 재직중이다./신정섭기자 SHJS@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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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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