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해군 46명의 생명을 앗아간 천안함 폭침 사건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연평도에서 벌어진 북한군의 무차별 포격으로 연평면 등 옹진군 주민들의 수심이 깊어지고 있다.
주민들의 삶의 터전이 쑥대밭이 된 것도 큰 문제지만, ‘안보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서해 5도를 찾는 관광객들의 발길이 당분간 뚝 끊길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24일 옹진군에 따르면 연평도와 백령도, 대청도를 찾는 관광객수는 연 평균 각 2만3,000여 명과 7만6,000여명, 1만9,000여명 정도. 그러나 북한 관련 사건이 터질 때마다 관광객수는 급감하는 추세를 보여왔다.
옹진군 관계자는 “천안함 사태로 침체된 관광 경기가 아직 채 살아나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큰 사건이 또 터져버렸으니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며 우려를 표명했다.
서해상에서 안보 사건이 발생할 경우 조업 통제 조치가 수반되는 만큼 상당수 주민들의 생업인 어업에도 악영향이 예상된다.
연평도의 경우 2010년 11월 현재 어업 종사자는 전체 인구 1,780명의 약 44%인 792명. 대ㆍ소청도의 어민수도 각 533명과 208명으로 전체 인구의 42%와 72%를 차지하고 있다.
군청 관계자는 “당분간은 조업 통제가 불가피한 상황”이라면서 “조업을 통제하지 않더라도 무서워서 바다로 나갈 수나 있겠느냐”라고 반문했다.
천안함 사태 당시 백령도 어민들도 본격적인 까나리 조업철을 맞고도 사고 해역에 있는 어장에 나가지 못하고 속만 태워야 했다.
그나마 11월은 가을 꽃게잡이 철의 막바지라 피해 규모가 조금 덜 하긴 하겠지만, 어민들의 생활에 타격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생명의 위협’을 느낀 연평도 주민들의 대규모 섬 이탈 가능성도 큰 문제다.
이미 주민들 사이에서는 ‘무서워서 더 이상은 이곳에 못 살겠다’라는 말이 공공연히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23일 오후부터 24일 오전 2시까지 연평도 주민 394명이 어선 19척을 이용해 이미 인천항으로 대피했고, 오전 8시께에도 주민 346명이 해경 함정 2척을 통해 인천으로 출발했다. 또 오후 1시께에는 해군 공기부양정 1척이 대피를 희망하는 주민과 전역 해병, 군 가족 등 179명을 싣고 연평도를 떠나 인천으로 향하고 있다.
연평도 현지에 남아있는 주민 장모(57)씨는 “북한이 민간인까지 공격 대상으로 삼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면서 “앞으로 어떻게 발 뻗고 살겠느냐. 어떻게든 삶의 터전을 지켜보려 했는데 이제는 살 길이 막막하다”라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또 다른 주민 김모(43)씨도 “그 동안 북한이 한 두번 도발한 것은 아니지만 그때마다 평정심을 유지하려 노력해왔다”면서 “하지만 이제는 이곳을 떠나고 싶다”라고 말했다.
인천과 서해섬을 오가는 여객선 운항이 통제되면서 발이 묶인 주민들의 민원도 잇따르고 있다.
특히 백령도에서는 인천 지역 의료기관에서 정기적으로 치료를 받아야 하는 중환자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군청 관계자는 “급하게 육지로 나가야 하는 백령도 주민들이 교통편 마련을 요청하고 있지만 군의 통제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