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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포럼 둘째 날인 22일 '융합' 세션에는 뉴즈성 칭화대 교수 외에도 여러 분야를 넘나들면서 새로운 미래 창조의 가능성과 마주한 연사들이 나와 열띤 강연을 펼쳤다.
김성완 서울대병원 의공학(Biomedical Engineering)과 교수는 항공우주공학과 의학의 융합 방안을 제시했다. 미 항공우주국(NASA)에서 11년간 과학자로 근무한 뒤 지난 2010년 서울대에 부임한 김 교수는 이날 자신의 대표적인 연구 성과인 '캡슐 내시경'과 '파일럿 스틱 수술 로봇'을 동영상과 그래픽 등 다양한 시청각 자료를 활용해 청중들에게 설명했다.
'캡슐 내시경'은 내시경 기기에 프로펠러를 장착한 캡슐을 달아 환자의 위 속을 자유롭게 헤엄치듯 진단할 수 있게 한 의료 장치다. 의사가 직접 환자의 목구멍에 기기를 집어넣어 이리저리 움직이는 기존 방식과 비교할 때 '환자의 고통 절감'과 '의사의 편의성 향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은 것이 특징이다.
2년 전 미국으로부터 특허 출원을 받은 '파일럿 스틱 수술 로봇' 역시 공학과 의학의 창의적 접목이 낳은 발명품이다. 김 교수는 "기존에 '다빈치'라는 회사에서 만들어오던 수술용 로봇에 파일럿 조종기를 연상시키는 스틱을 추가해 의사의 편의성과 수술 안정성을 제고한 것이 특징"이라며 "이 기술을 보고 지난해 11월 다빈치 측에서 한 대에 20억원을 호가하는 장비를 무료로 줄 테니 함께 연구를 하자는 제의를 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유학 시절까지 포함해 15년 가까이 미국에서 생활한 김 교수는 한국의 연구 풍토에 대한 따끔한 지적도 잊지 않았다. 김 교수는 "미국 나사는 25년 후에 일어날 일을 연구하는 반면 한국은 불과 5년 뒤만 바라보고 고민한다"며 "창의적 융합은 장기적인 전망을 갖고 도전하고 노력하는 자에게만 가능한 것"이라고 조언했다.
아울러 김 교수는 젊은 세대에게 자신의 일을 진심으로 즐기고 사랑하라는 조언을 했다. 김 교수는 "고정 관념을 타파하는 사고를 바탕으로 스스로 하는 일을 즐기고(enjoy) 재밌게(fun) 하면 누구나 자신의 분야에서 전문가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에 이어 강연에 나선 김용근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회장도 '융합 전도사'로 유명한 산업정책 전문가다.
김 회장은 전세계에 전기차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자동차 회사 테슬라의 창업자인 앨런 머스크 최고경영자(CEO)의 사례를 들며 창조적 가치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김 회장은 "머스크 CEO는 초등학교 때부터 하루 10시간씩 공상과학(SF) 소설을 비롯한 각종 서적을 탐닉한 독서광이었고 수학과 그림에도 천부적인 소질을 갖고 있었다"며 "여러 분야를 넘나드는 자유로운 사고방식을 어린 시절에 체화한 것이 오늘날 실리콘 밸리의 억만장자를 있게 한 원동력"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상류층부터 공략한 테슬라의 전략도 높이 평가했다. 김 회장은 "다른 회사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소형차에서 대형차로 올라가는 개발 단계를 밟을 때 테슬라는 반대로 고급 스포츠카와 대형차부터 만들었다"며 "다르게, 그리고 크게 생각하는(Think different & Think Big) 사람만이 융합형 인재로 거듭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맥락에서 김 회장은 내년 한국자동차산업협회가 공동 주최하는 서울국제모터쇼도 창조적인 융합으로 꾸밀 것이라는 의욕을 내비쳤다. 김 회장은 "기술에 예술이 접목되지 않으면 경제적인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없는 시대"라며 "자동차와 정보기술(IT)의 융합을 통해 예술적 품격이 느껴지는 모터쇼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