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CEO칼럼] 암 치료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독일 베를린 근처에 있는 마그데부르크 워터브리지는 엘베강을 가로질러 배가 다닐 수 있도록 만든 세계 최초의 운하 다리다. 설립 전에는 많은 이들이 기술적ㆍ재정적으로 실현 불가능할 것으로 생각했지만 세계의 독창적 다리 톱10에 포함될 정도로 창조적 상상력의 힘이 현실화한 대표적 사례다. 우리 국립암센터도 발상의 전환을 통해 기존 부속병원ㆍ연구소ㆍ국가암예방검진동을 잇는 연결통로를 완성해 환자와 내원객의 편리성을 증진시켰다. 많은 이들이 비가 오면 비를 피해 허둥지둥 뛰어가거나 인도가 없는 지하 주차장 통로로 위험하게 차를 피해가며 다녔는데 이제는 연결통로 한편에 자리 잡은 휴게실에 앉아 여유 있게 정발산의 녹음을 바라보며 담소를 나눌 수 있게 됐다.

본격적으로 암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기에 앞서 암 치료와 관련 없는 주제를 꺼낸 것은 발상의 전환이 암 치료에서도 매우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강조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말 발표한 '2010년도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우리 국민 모두가 평균 수명까지 산다고 가정할 경우 3명 중 1명 이상(36.4%)이 암에 걸릴 것으로 추산된다. 또 암은 이제 5년 생존율이 64.1%로 다른 장기로 전이되거나 재발한 경우에도 치료하며 살 수 있는 만성병이 됐다. 이제는 암도 고혈압 등 만성병처럼 함께 사는 훈련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그래서 환자들에게 "포기하지 말라. 치료의 목적은 내가 사는 것이지, 암을 죽이는 것이 아니다"라고 당부하고 싶다.


예전에는 백혈병이 불치병이었으나 이제는 누구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표적치료제인 글리벡이 나온 뒤로 치료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글리벡의 등장 이후 만성골수성백혈병 환자의 치료 성적이 크게 향상됐고 폐암ㆍ대장암ㆍ유방암 등 다양한 암종에 대한 표적치료제가 나오고 있으며 이를 통해 많은 이들이 생명 연장의 혜택을 누리게 됐다.

하지만 아직도 암에 대한 오해가 여전히 남아 있다. 많은 이들이 암 진단을 받고 나면 '암 선고를 받았다'고 하는데 이것은 암 진단과 죽음을 연계시켜 생각하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또한 스트레스가 암을 유발하는 것으로 오해하곤 하는데 스트레스가 암을 유발하는 것이 아니라 담배나 술과 같이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식이 암을 유발하는 것이다. 암에 대해, 그리고 암 예방에 대해 다 안다고 생각해서는 위험하다. 일상생활 속에서 술 한잔, 담배 한 개비로 스트레스를 풀기보다는 운동 한 시간, 균형 잡힌 식생활과 적정 체중 유지, 정기적인 국가 암 검진 등 암 예방 생활수칙을 생활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아직도 암 진단을 받으면 의학이 발달된 해외에 나가서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2010년 국가암등록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5년 생존율은 위암ㆍ간암ㆍ자궁경부암ㆍ대장암ㆍ갑상선암ㆍ유방암ㆍ폐암ㆍ췌장암 등 비교 가능한 모든 암종에서 미국보다 높았으며 전립선암만 90.2%로 99.2%인 미국에 비해 다소 낮았다. 이제 많은 돈을 들여가며 해외에 나가서 치료받을 필요가 없다. 오히려 우리의 암 연구ㆍ진료ㆍ관리 노하우를 아시아ㆍ아프리카 등 저개발 지역 국가들에 전수할 시점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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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암등록통계에 의하면 암 진단 후 치료를 받고 있거나 치료 후 완치된 사람이 100만명에 육박했다. 암도 고혈압 등 만성병처럼 함께 사는 훈련이 필요한데 먼저 암 관련 용어 선택에 있어 '암 생존자' 대신 '암 경험자'로, 암 치료를 받는 것을 투병이라 하지 말고 단순히 '암 치료 중'이라고 표현하는 등 용어에 대한 발상의 전환도 필요하다.

국립암센터가 2000년 설립될 당시만 해도 누구도 암 생존율이 이렇게 높아질 것이라 생각하지 못했다. 암이란 말 자체를 입에 올리는 것 자체를 쉬쉬하던 분위기였다. 이제는 각종 언론 매체도 다양한 방식으로 암을 주제로 다루게 되면서 암은 전 국민적인 관심사가 됐다. 입에 담는 것 자체를 불경시하던 시절이 있었는데 이제는 암을 소재로 한 예능 프로까지 등장했으니 참으로 상전벽해가 아닐 수 없다. 암은 예방할 수 있고 치료할 수 있는 만성병이다. 동시에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항암제를 우리가 개발하면 신성장동력을 창출할 수도 있다. 암에 대한 새로운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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