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겨울 대내외 불확실성으로 현금 쌓기에만 열중하던 자산운용사들이 주식 비중을 늘리며 ‘증시 봄맞이’ 준비에 들어갔다.
18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자산운용사들의 국내 주식형 펀드 내 주식 편입 비중은 지난해 10월 말 92.90%로 최저점을 찍은 이후 지난 15일 기준 94.45%까지 늘어났다. 10월 주요 상장사들의 어닝쇼크가 이어진 데다 한국과 미국의 대선, 중국의 정권 교체 등 굵직한 이벤트를 앞두고 보수적인 대응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특히 9월 코스피의 2,000포인트 탈환으로 대규모 펀드 환매가 일어나면서 일부 운용사들은 어쩔 수 없이 주식을 내다팔 수밖에 없었다. 올해는 안전자산보다 위험자산 선호가 강할 것이라는 전망이 이어지면서 운용사들도 적극적으로 주식을 담고 있다.
운용사 별로는 삼성자산운용이 지난해 10월 말 90.71%에서 지난 15일 94.33%까지 비중을 크게 늘렸다. 한국투자신탁운용(94.29%→95.86%), 미래에셋자산운용(87.68%→90.35%), KB자산운용(92.92%→94.62%), 우리자산운용(96.55%→97.26%) 등 대형운용사들이 일제히 주식을 늘렸다. 다만 작년 하반기 중소형 가치주 중심의 개별종목장에서 주식비중을 늘리며 활발한 투자를 했던 신영자산운용과 한국투자밸류운용은 오히려 10월 말보다 주식비중을 줄였다. 신영운용이 10월 말 98.02%에서 97.33%로, 한투밸류가 94.00%에서 91.72%로 비중을 조절했다.
운용사들이 실탄 쌓기에서 주식확대로 선회하는 것은 올해 국내 증시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올해 코스피가 하반기로 갈수록 상승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앞서 서울경제신문이 국내 주요 자산운용사 최고투자책임자(CIO)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상당수가 "올 1ㆍ4분기 부진 이후 2ㆍ4분기나 3ㆍ4분기부터 완만한 상승이 기대된다"며 "지금부터 주식비중을 확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연초 후 글로벌 증시와 달리 약세를 타며 보여온 '디커플링 현상'도 차츰 완화되고 있다. 배성영 현대증권 연구위원은 "프로그램 매물 압력으로부터 벗어나고 있고 매도로 일관하던 외국인도 2월 이후 매수세로 돌아서고 있어 수급이 개선되고 있다"며 "거래대금 감소로 볼 때 투자심리가 여전히 강하게 회복되지는 않은 상태지만 경험상 거래대금 저점 국면이 지수 저점국면이었다는 점에서 역으로 의미를 찾아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