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황창규 비상경영 선포 "불요·불급·부진 사업 정리"

BC카드·KT렌탈 등 비통신 구조조정 예고

'LTE 데이터 무제한' 취임 후 첫 상품 낙점 경쟁업체도 뒤따를 듯



황창규(사진) KT 회장이 대내외에 혁신의 깃발을 높이 올렸다. 대외적으로는 롱텀에볼루션(LTE)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를 선제적으로 내놓고 무한경쟁을 선언했다. 내부적으로는 비상경영을 선언하고 불요·불급·부진한 사업을 과감히 정리하는 계열사 합병과 매각을 예고했다. BC카드·KT렌탈 등 비통신 분야에 대한 구조조정이 예상된다.

황 회장은 취임 후 첫 상품으로 'LTE 데이터 무제한'을 선택했다. 28일 KT는 월 5만원대 요금(2년 약정 할인)으로 15GB의 데이터를 쓸 수 있는 '광대역 안심무한67·77' 등 두 가지 요금제를 출시했다.


15GB는 실시간 방송 50시간 또는 영화 22편을 다운로드받을 수 있는 용량으로 사실상 무제한이다.

기존의 같은 가격대보다 데이터 용량이 3배가량 많다. 여기에 3월말 이전 가입자에게는 음악 서비스인 '지니'가 1년간 무료로 제공된다.

월 6,000원, 1년에 7만2,000원짜리 서비스를 공짜로 묶었다. 과다 보조금 등 마케팅 비용을 늘리는 대신 과감한 혜택을 추가해 고객을 끌어오겠다는 전략이다. 황 회장이 취임 일성으로 '최고의 품질과 차별화된 서비스'를 강조한 만큼 다양한 상품을 묶은 결합상품 등에서 추가적인 신상품이 쏟아질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KT가 LTE 데이터 무제한 시대를 열었다"고 평가한다. 조만간 LG유플러스와 SK텔레콤도 데이터 제공량을 확대한 무제한 요금제를 내놓을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KT의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는 사실상 요금인하로 업계에는 큰 부담"이라며 "가입자를 뺏기지 않기 위해 다른 이통사도 데이터 용량을 늘릴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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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회장은 내부적으로 비상경영을 선포했다. 대대적인 계열사 구조조정도 예고했다. 이날 오전 황 회장은 긴급 임원회의에서 "핵심인 통신사업의 경쟁력은 크게 훼손됐고, 비통신 분야는 가시적 성과가 없고, 직원들은 사기가 저하돼 있는 등 사상 최대의 위기"라고 진단한 뒤 '위기극복을 위한 비상경영'에 돌입할 것을 주문했다.

비상경영은 비용절감에서 시작됐다. 황 회장이 솔선수범해 기준급(기본급) 30% 반납, 장기성과급 유보 등 연봉을 60% 줄였다. 다른 임원도 10%를 자진반납하기로 했다.

비상경영은 계열사로도 확대된다. 황 회장은 "모든 투자와 비용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며 "계열사를 포함해 불요·불급·부진한 사업은 과감히 정리하겠다"고 강조했다.

현재 KT의 자회사는 55개. 크게 통신과 IT·미디어·컨버전스 등 4그룹으로 나뉜다. 이중 통신과 정보기술(IT) 분야는 묶는 작업이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컨버전스·미디어 분야는 묶거나 매각이 예상된다. 통신과 가장 거리감이 있는 컨버전스 부문에는 BC카드, KT캐피탈, KT에스테이트, KT렌탈, KT텔레캅 등이 포함된다.

이중 BC카드는 지난해 3조733억원 매출에 1,039억원의 순익을 기록했다. 전년에 비해 매출은 1.8% 줄고, 순익은 0.1% 늘어나는데 그쳤다. 한마디로 정체된 상태다.

KT의 한 임원은 "계열사가 시너지가 나는지에 대한 판단은 회사전략과 밀접히 연관된 것으로 황 회장이 판단할 문제"라며 "당장의 실적도 중요하겠지만 중장기적으로 방향성이 맞지 않는 계열사는 매각할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한편 이날 KT는 지난해 4·4분기에 영업이익이 적자로 전환했다고 밝혔다. 매출 6조2,145억원에 영업적자 1,494억원을 기록했다. 분기별 적자는 처음이다. 2012년 4·4분기에는 자산매각 등으로 255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면서 겨우 흑자를 맞췄지만, 지난해는 적자를 벗어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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