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실적 잇단 곤두박질 '어둠속으로'

뉴욕 증권가의 애널리스트들이 주가 하락의 원흉으로 지목되고 있다. 그들에겐 속성상 낙관적(bullish) 전망을 내려야 하는 직업적 한계가 있긴 하다. 하지만 월가 애널리스트들이 지난 3년 동안 기업 수익 전망을 지나치게 높게 잡았다가 실제 실적발표와의 차이가 현격하게 드러나면서 주가가 급락세로 돌변하곤 했다.특히 분기말과 새로운 분기를 시작하는 무렵에 전분기 실적이 속속 드러나면서 애널리스트들의 의도적 부풀리기가 드러나고 있다. 3ㆍ4분기가 끝나가면서 또다시 애널리스트들이 곤욕을 치르고 있다. 월가 애널리스트들의 수익 전망을 종합 집계하는 톰슨 퍼스트콜에 따르면 지난 7월초 3ㆍ4분기 S&P 500 기업의 수익은 전년 동기대비 16% 상승할 것으로 전망됐다. 지난해 3ㆍ4분기는 테러로 인해 미국 기업들이 최악의 영업을 하던 때이므로 16% 상승은 그나마 원상 회복의 의미 정도로 해석됐다. 그러나 9월 들어 그 전망치가 11%로 떨어지더니 지난 주말엔 8.9%로 내려갔다. 이런 추세라면 다음주말엔 이 수치가 8% 이하로 떨어질 것 같다. CNN 경제뉴스팀은 실제 3ㆍ4분기 실적이 전년동기 대비 3% 상승에 그치지 않겠느냐고 말하면서 애널리스트들이 늘 시장을 왜곡시키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번 주 뉴욕증시의 하락을 전망하는 가장 큰 요인은 3ㆍ4분기 미국 기업의 수익이 좋게 나오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애널리스트들이 부풀려 전망한 수익이 이미 주가에 반영돼 있다면 실제 수익이 낮게 나오면서 그 거품이 꺼지고, 주가는 하락하게 된다. 애널리스트들은 멀리 있는 미래의 수익은 일단 높게 잡아놓고 시점이 가까워오면 현실을 직시하며 전망치를 떨어뜨리고, 그러기를 3년째 해왔다. 퍼스트콜에 따르면 애널리스트들은 S&P 500 기업의 4ㆍ4 분기 수익이 21% 상승할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이는 두 달 전의 26%보다 조금 낮아진 것이지만 애널리스트들은 미래에 대한 근거 없는 낙관론에 빠져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3ㆍ4분기 마지막 주를 맞아 기업 수익 예상치가 쏟아지는 워닝시즌(warning season)에 진입하면서 투자자들은 애널리스트를 원망하며 팔자 공세를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월가에서는 상장 기업들이 공식적으로 3ㆍ4 분기 실적을 발표하는 어닝시즌(earning season)이 돌아오기 앞서 앞으로 2~3주 사이에 실적 경고를 쏟아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 주엔 EDS, IBM, JP 모건 등이 경영실적 악화를 발표했고, 이번 주에는 ▦마이크론 테크놀로지 ▦골드만 삭스 ▦리먼 브러더스 ▦라이트 에이드 등이 실적을 발표한다. 특히 마이크론테크놀로지는 삼성전자 및 하이닉스 반도체와 동종 제품을 만들기 때문에 그 분기 수익 발표가 한국 증시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7월 저점 테스트할 것 지난 주엔 뉴욕 증시 하락세가 급템포로 진행돼 다우존스 지수는 3.9%, 나스닥 지수는 5.5%, 그리고 S&P 500 지수 5.0% 하락했다. 특히 다우지수는 심리적 경계선인 8,000 포인트 아래로 떨어졌다. 4주째 계속돼온 뉴욕 증시 하락세가 이번주에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며, 따라서 각종 주가지수는 지난 7~8월 저점을 테스트할 것으로 전망된다. 경제 뉴스 이외에도 중동 사태가 악화되면서 시장의 불안감을 증폭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추석 연휴 사이에 미 국방부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에게 이라크 공격에 관한 청사진을 보고하고, 이라크는 유엔 결의안을 거부키로 함에 따라 전쟁이 불가피해졌다. 이스라엘은 자살 폭탄 테러에 대한 대응으로 야세르 아라파트 수반이 거주하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청사에 연일 포격을 가하고 있다. ◇금리 인하 않을 듯 이번 주에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지만 금리 인하는 하지 않을 것으로 월가에 컨센서스가 형성돼 있다. 이번 FOMC는 증권시장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관측되지만 회의 발표문이 어떻게 나오느냐 하는 것도 관심사다. 앨런 그린스펀 FRB 의장은 다음날 런던으로 건너가 영란은행에서 연설을 할 예정이다. 이번 주엔 ▦컨퍼런스 보드의 8월 경기선행지수 ▦컨퍼런스 보드와 미시건대의 9월 소비자신뢰지수 ▦8월 내구재 동향 ▦8월 신규 및 기존 주택 판매 동향 등 굵직한 거시 지표들이 발표된다. 예측 기관들은 이들 지표가 악재로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3년 동안 미국 경제를 뒷받침해 온 소비가 이제 조금씩 그 기력을 상실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주말의 IMF 연례총회도 관심 대상이다. / 뉴욕=김인영특파원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